《“나 중심의 개인화로 인해 나의 존재가 중요해질수록 더불어 중요해지는 것이 타인과의 관계다. …따라서 앞으로는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환영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자기중심적이 될수록 그런 나의 존재를 알아주고 배려하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배려와 공감’
어떤 대단한 의사도 세상 모든 질병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의사 지침을 따르면 건강해져도 의사 생활을 따르면 해로워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의사들의 건강 추구 방식이 어떨 땐 일반인보다 못한 경우도 있다.
정신과 의사도 마찬가지다. 이 분야 전문의라고 인간관계가 쉬운 것은 아니다. ‘인간관계에서…’는 사회생활에서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게 그리 녹록지 않은 일임을 새삼 깨닫던 시기에 만났다. 한 개인이 속한 조직에서 문제를 파악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도 이 책은 큰 도움이 된다.
저자가 책에서 일관성 있게 강조하는 것은 한 가지다. ‘건강한 나르시시즘(자기애) 갖기.’ 언론이나 주위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요즘 세상은 타인과의 관계보다 개인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실제로 사회적 문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그 개인행동이라는 것을 들여다보면 세상에 인정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담겨 있다. 요즘 인기인 인터넷 블로그나 미니 홈피라는 것도 사실은 그런 면이 내재된 것이다.
물론 세상은 ‘나’라는 개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저자에 따르면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은 본능적으로 세상보다 자신에게 관심이 높다. 중요한 존재로 인정받으려는 마음도 ‘나’라는 자각에서 출발한다. 문제는 이 나르시시즘이 충족되지 못하면 주변에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요즘 ‘공주병’이니 뭐니 하는 것도 역설적으로 자기애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이다.
저자가 볼 때 이 사랑과 인정에 대한 욕구는 모든 스트레스의 원천이기도 하다. 부부관계가 그렇고 직장 내 사람관계도 그렇다. 건강한 자기애 욕구가 충족되는 가정과 사회에서 진정한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나르시시즘이 중요하듯 상대방의 나르시시즘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점이다. 스스로 존귀하려면 타인의 자기애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인간관계에서 진실한 마음을 얻는 법’이란 쉽게 말해 누구 하나 손해 보는 느낌 없이 서로가 필요한 부분을 채워줘야만 가능하다.
외부에서 연료가 공급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자동차는 없다. 인간도 아무리 자기 잘난 맛에 살아도 인간관계라는 연료가 필요하다. 정신의학에 입문할 때도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타인과의 공감’이다.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데 공감과 배려는 세상에서 가장 양질의 연료가 된다.
책에서 한 부인이 들려주는 이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는 혹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외롭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당신을 사랑한다면 타인을 먼저 사랑하라. 진실한 마음은 ‘내’가 먼저 여는 것이다.
이명수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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