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의전 터 보존… 문화재 보존-지역개발 두토끼 잡아

  • 입력 2008년 5월 22일 02시 55분


내년 말 선보이는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조선시대 시전 역사 전시관’ 전경. 전시관은 유리 바닥 아래 조선시대 육의전 시전 행랑 터 유적을 보존한 채 설립되는 ‘육의전 빌딩’의 지하 1층에 건립된다. 사진 제공 황평우 씨
내년 말 선보이는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조선시대 시전 역사 전시관’ 전경. 전시관은 유리 바닥 아래 조선시대 육의전 시전 행랑 터 유적을 보존한 채 설립되는 ‘육의전 빌딩’의 지하 1층에 건립된다. 사진 제공 황평우 씨
1월 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 옆 영동빌딩 신축 용지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육의전(六矣廛) 시전(市廛·관아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고 특정 상품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누린 상인의 점포)과 행랑(行廊·대문 양쪽이나 문간 옆에 있는 방)으로 추정되는 유구(옛 건축물의 자취)를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경우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건물주는 지하층을 못 만들고 유적을 덮어 보존한 뒤 그 위에 건물을 세우거나 신축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유적이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되면 국가가 유적을 매입하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다.

영동빌딩 건물주 이영길 ㈜영동시티개발 대표는 당초 “내 땅을 마음대로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쏟아냈지만 마음을 바꿨다. 시전 행랑 유구를 보존하면서도 그 자리에 건물의 지하층까지 짓기로 한 것이다.

이 대표는 10억여 원을 들여 시전 행랑 유구 위에 유리 바닥면(지하 1층·약 530m²)을 깔아 유적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고 지하 1층은 출토 유물을 전시해 ‘조선시대 시전 역사 전시관’으로 꾸미기로 했다. 건물 이름도 ‘육의전 빌딩’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방안을 제안한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21일 “최근 문화재위원회가 이 계획을 통과시키고 유적을 보존하는 조건으로 유적 아래에 지하 2, 3층을 건축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며 “공사 기간은 1년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결정은 최근 충남 당진군의 한 공장 용지에서 발굴 조사 중이던 유적을 사업주 측이 굴착기로 훼손하는 등 문화재를 개발의 걸림돌로 여기는 인식이 팽배해지는 상황에서 문화재 보존과 개발이 ‘윈윈’할 수 있는 사례로 주목된다.

이 전시관은 조선시대 시전과 피맛골의 역사 소개, 시전 행랑에서 출토된 자기와 기와 조각 유물뿐 아니라 현대∼시전 행랑 유구 토층의 단면을 보존처리해 전시하는 갤러리 형태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지하 2.2m에서 발견된 시전 행랑 유구(두께 50∼80cm)는 발굴 조사가 끝나는 대로 경화 처리를 거쳐 형태 그대로 떠낸 뒤 지하 1층 유리 바닥(지하 3m) 아래 보존된다.

전시관 건립과 운영은 황 소장이 맡고 고고학 건축, 전시, 보존처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유구보존자문위원단이 구성된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건립까지 7년이 걸린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하는 보존 결정이 억울해 사업을 포기할까 생각했다”며 “종로 한복판에 조선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전시관을 건립해 유적을 보존하고도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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