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발견]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상식에서 나온다

  • 입력 2008년 5월 23일 02시 55분


핀란드의 피스카스사는 360년 역사의 회사다. 철물 제품을 생산하다 130여 년 전 처음 가위를 만들기 시작했고 1967년도에 오렌지색의 인체공학적인 가위를 생산하면서 디자인으로 널리 알려진 회사다.

이 회사의 수동식 전지가위(사진)는 주로 나뭇가지를 다듬고 정리하기 위해서 사용된다. 외형이 단단해 보이고 두툼하지만 유연한 곡선이다. 코뿔소의 힘차고 강력한 이미지와 앵무새의 귀엽고 부드러운 모습을 함께 지닌 듯하다.

기본 구조는 전형적인 정원용 가위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평범한 도구지만 일단 이 가위를 한 번 써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세상에 이렇게 부드럽게 나뭇가지를 자를 수 있는 가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위 손잡이는 핸들을 누르면 뒷부분에 힘이 가지만 이 가위는 손잡이 앞부분과 뒷부분이 평행으로 눌려지면서 동시에 내려간다. ‘파워레버’라고 불리는 특허를 받은 이중 지렛대의 평행구조 핸들에 비밀이 숨어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힘이 35% 정도 더해진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피스카스 사 수석디자이너는 설명한다. “제품이 나왔을 때 많은 사용자가 ‘나도 그런 아이디어쯤은 낼 수 있어. 이건 너무나 당연한 디자인 아닌가?’라고 하면 그것은 좋은 디자인이다.”

일반적이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상식적인 문제를 세심하고 철저하게 분석해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 것이다.

어느 유명화가의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전시장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중에 어린아이가 “그런 그림은 나도 그릴 수 있겠네”라고 말했다. 화가는 답했다. “그럼, 너도 당연히 그릴 수 있지. 차이점은 나는 이 그림을 그렸고 너는 아직 이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지.”

사실 많은 이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만들 엄두는 내지 못한다. 그러나 일단 이런 아이디어들이 제품화돼 나오면 대부분 그 가치에 당연히 공감한다. 왜 이런 제품이 애초에 없었을까 의아해하기도 한다.

이 회사의 성공에는 많은 사람이 고민하고 원하는 상식적인 것들을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꾸준한 노력이 숨겨 있다. 이런 노력으로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출발은 일상에서 온다. 단순하지만 당연하게 필요한 것들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이가 공감하고 있지만 해결하지 못한 고민들을 풀면 좋은 디자인이 된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 디자인은 모두가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디자인이기도 하다.

박영춘 삼성디자인학교(SADI) 제품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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