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황소 상징 ‘A’가 첫 글자된 까닭…‘알파벳의 신비’

  • 입력 2008년 5월 24일 03시 01분


◇ 알파벳의 신비/마르크 알랭 우아크냉 지음·변광배 김용석 옮김/400쪽·1만6000원·살림

오늘날 사용되는 알파벳의 첫 철자인 ‘A’는 원시나이어(語) 알파벳의 첫 철자인 ‘알렙(aleph)’에서 파생됐다. 알렙은 ‘황소’를 의미한다.

왜 황소가 첫 자리를 차지했을까.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고대에 이 동물은 힘의 원천을 상징했다. 힘의 원천, 즉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그 결과 ‘황소’는 ‘시작’의 기호가 됐다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원시나이어를 사용하던 고대인의 비문에서 시작해 황소는 시대별로 조금씩 모양을 바꿔가며 상형문자 형태로 전해져 왔다. 그러던 것이 그리스어 문자로 이행하면서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를 띠기 시작했고 훗날 라틴어 알파벳의 ‘A’로 탄생했다.

이 책은 알파벳의 기원을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문자고고학적 방법으로 알파벳 철자 하나하나에 어떤 역사적 흔적이 담겨 있는지 탐구했다. 더 나아가 알파벳의 근원인 상형문자들에 대한 해석을 통해 알파벳 철자가 각각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소개한다.

예를 들어 황소에서 비롯된 ‘A’가 갖고 있던 원래 의미는 ‘원동력’이라는 것. 여기서 힘, 존재, 생명이 있는 존재, 인간, 남자, 시작 등의 의미가 파생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B’는 ‘바이트(bayit)’에서 비롯됐는데 ‘바이트’는 고대 셈어에서 ‘집’을 뜻한다. “알파벳의 첫 철자인 A(황소)의 거처를 뜻한다”는 게 저자의 해석. 파생된 의미로는 안쪽, 화덕, 내부, 은밀함, 하늘, 가족의 삶, 부부 등이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O’는 ‘눈’과 ‘샘’을 가리키는 히브리어 ‘오인(oyin)’에서 나왔다. 원래의 의미는 보기, 응시하기, 의견을 묻기 등. 여기서 나타남, 가시적인, 동그라미, 순환, 구멍, 궤도 등의 의미가 나왔다.

책은 저자의 설명이 없으면 무슨 모양인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고대 글자들로 가득하다. 찬찬히 저자의 해설을 따라가지 않으면 알파벳의 신비를 발견하기 전에 ‘글자의 미로’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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