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의 미래/에이미 추아 지음·이순희 옮김/560쪽·2만5000원·비아북
미국(美國)은 강하다. 강하기에 아름답다고도 했다. 근데 요즘 이 미의 기준에 말들이 많다. 그저 쌀(米)이 많을 뿐, 그 아름다움은 더는 세상을 위한 게 아니라고 한다.
미국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다. 감독 마이클 무어는 다큐멘터리 ‘볼링 포 컬럼바인’ ‘화씨 911’ ‘식코’ 등으로 끊임없이 자국의 그늘을 들춰낸다. ‘미국이 세계를…’과 ‘제국의 미래’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책들이다.
‘미국이 세계를…’은 매사추세츠공대(MIT) 국제학연구소장이 날린 직격탄이다.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서 미국의 해악을 일일이 지적한다. 세계 인구의 4%인 나라가 지구 전체 이산화탄소의 25%를 배출하면서 유엔기후변화회의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비준하지 않는다. 기독교 근본주의와 과시적 소비풍조, 지저분한 연예계와 선정주의까지. 저자는 “미국인은 타국이 미국의 선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불평하지만 정작 이해가 결여된 건 우리 미국인”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제국의 미래’는 좀 더 점잖다. 중국계인 예일대 법대 교수는 지상에 존재했던 모든 초강대국의 지배원리는 ‘관용’이었음을 학술적으로 보여준다. 관용이 결여될 때 제국은 쇠퇴했다. 저자가 보기에 미국 역시 타국 타인종에 대한 포섭과 관용으로 흥한 나라. 하지만 다른 제국이 걸었던 길을 따라 관용을 잃어가고 있다. 두 책 모두 안에서 시작된 자성의 목소리이기에 울림도 크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