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지우고 싶은 기억이 파리 떼처럼 쫓아와서 간밤 잠을 설치게 한 적이 있는가?
하룻밤 단잠을 빼앗아 가는 정도라면 괜찮다. 문제는 인생에서 다시 맞고 싶지 않은 불행의 순간들이 이런 ‘마음의 문제’ 때문에 재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생의 NG 장면’이다. 이미 뇌리에 박힌 NG 장면은 쓱싹쓱싹 지워버리고, 앞으로 이런 장면이 재출현하는 것을 막고 싶은 게 우리 모두의 심정.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비법’이 있다고 소개한다. 간단하다, 마음의 비밀을 알면 되니까!
이 책은 ‘정신 건강’을 위해 상당히 유용한 심리학적 정보들을 일상생활과 접목시켜 알기 쉽게 소개해 준다.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재미있는 예도 풍성하다. 예를 들어 ‘카그라스증후군’이란 다른 모든 것은 정상적으로 인식하지만 자신의 부모, 자식, 형제나 친구들을 보면 ‘진짜와 똑닮은 가짜’라고 생각하는 병이다. 심지어 자기 자신의 예전 사진을 보면서도 ‘닮았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증후군은 기본적인 대인관계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마저도 얼마나 기억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것,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추억을 자주 떠올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과장을 섞어 하는 거짓말을 ‘회색 거짓말’이라고 하는데 재밌는 건 우울증 환자들은 거짓말조차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변을 냉소적으로 관찰하고 현실을 더 정확히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더 비참함을 느낀다. 행복을 위해서는 적당한 환상이나 허위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재밌는 사실이다.
결국은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지 않은가. 단순하면서도 오묘한 진리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