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 언어장벽 때문에 손해”

  • 입력 2008년 5월 24일 03시 01분


박재옥 씨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 3등상

“첫 국제영화제 출품인데 덜컥 ‘칸’으로 붙어버렸네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의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한국인으로는 처음 초청받아 3등상의 영예를 차지한 한국영화아카데미의 박재옥(28·사진) 씨. 22일 오후 7시(현지 시간) 칸의 뤼미에르극장 부근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수줍은 표정이었다.

시네파운데이션은 1998년 개설된 칸 영화제 공식 부문의 하나.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의 영화 1000여 편을 초청해 본선 진출작을 가린 뒤 수상작 3편을 선정한다. 올해엔 박 씨의 작품 ‘스톱’을 포함해 17편이 본선에 올랐다.

‘스톱’은 3차원이 아니라 무채색의 선과 면으로 구성된 2차원의 드로잉 애니메이션.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가던 아들이 자동차 사고가 나면서 자신을 제외하고 시간이 정지해버리는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치매로 인해 자신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시간을 멈추고 싶은 인간의 내적 갈등을 표현한 것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박 씨는 “칸에 와서 보니 국내 작품도 실력은 충분한데 언어 장벽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스톱’은 대사가 거의 없어서 상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디자인학부를 나온 박 씨는 올해 2월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애니메이션 연출 전공 학부과정을 졸업한 뒤 같은 학교의 제작연구 과정을 밟고 있다.

“중학생 때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를 보고 평생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박 씨는 “특수 효과로 대체할 수 없는 상상력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애니메이션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칸=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