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에 담긴 실존의 고독을 아시나요”

  • 입력 2008년 5월 24일 03시 01분


‘철학교수와 대중가요의 만남’ 책 펴낸 정영도 교수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최희준 씨의 ‘하숙생’은 1960년대 철학 전공 학생들에게 ‘철학의 노래’로 통했습니다. 존재의 근원에 대한 고민을 이처럼 제대로 표현해낸 노래가 없었거든요. 이처럼 흘러간 애창곡에 담긴 실존의 고독을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철학교수와 대중가요의 만남’이라는 이색적인 책을 낸 동아대 철학과의 정영도(69·사진) 명예교수.

그는 이 책에서 최희준 씨의 ‘하숙생’부터 장윤정 씨의 ‘어머나’까지 가요를 철학의 눈으로 들여다보았다. 1930년대 이후 한국인에게 영향을 미친 애창곡에 대한 철학적 해석을 비롯해 고복수 남인수 백년설 현인 배호 등 당대 정상의 가수들의 인생철학 등을 살폈다.

“가요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민초들의 머리가 아닌 피부와 가슴에 와 닿는 노래입니다. 당시 히트곡의 가사와 리듬의 저변에서 민중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 교수가 특히 좋아하는 가수는 현인과 배호. 현인의 노래에는 엔카가 아닌 한국의 트로트를 지키려 했던 우직함이, 배호의 노래에는 특유의 느림과 한의 정서가 배어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철학이 빈곤해 보이는 요즘 가요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요즘 가요는 깊이가 없어요. 음악 자체는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표현하려는 듯 다이내믹해졌죠. 문제는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을 너무 직설적으로 내뱉는다는 겁니다. 그러니 맛이 없지요. 이 책을 통해 옛 노래에 담긴 고독의 쓴맛을 느껴 봤으면 좋겠습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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