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20년 전 쌍꺼풀 수술 가격은 얼마?

  • 입력 2008년 5월 26일 02시 57분


“아이 성적과 남편 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

최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를 비꼬아 이 같은 말이 퍼지고 있다. 여기에 오르지 않는 물가를 하나 더 추가한다면 ‘쌍꺼풀 수술비용’이다.

20년 전 중국집 자장면 가격은 500∼600원, 영화 티켓 가격은 2000원이었다. 쌍꺼풀 수술 가격은 100만 원이었다. 현재 자장면은 약 6.5배가 올라 4000원, 영화표는 4배가 오른 8000원. 하지만 쌍꺼풀 수술은 여전히 100만 원 안팎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쌍꺼풀 수술비는 오히려 내린 셈이다. 코 성형수술 비용도 200만∼300만 원으로 20년 전에 비해서 크게 오르지 않았다.

왜 그럴까? 개원한 성형외과의 수가 10배 이상 증가해 공급 과잉이 일어난 데다 수술기법이 발달해 수술법이 간소화됐기 때문이다.



○ 미인상의 변화가 성형의 발전을 부른다

1970, 80년대에는 영화배우 김지미, 정윤희처럼 쌍꺼풀 라인이 두꺼우면서 깊은 눈과 콧대가 굵고 오뚝하게 솟은 코가 미인의 기준이었다. 2005년 이후에는 ‘동안(童顔) 열풍’이 불면서 작은 얼굴에 통통한 볼, 큰 눈 등 귀여운 인상의 얼굴이 선호되기 시작했다.

큰 눈을 위해 눈의 좌우 길이가 더 길어졌다. 코는 귀여운 느낌이 들도록 끝이 살짝 들렸다. 콧대는 전체적으로 얇아졌다. 가슴은 크고, 체형은 날씬하고, 얼굴은 통통한 모습을 원한다. 이에 따라 눈의 앞꼬리와 뒤꼬리를 트는 수술(앞트임, 뒤트임)이 발전하고, 자연 가슴처럼 보이면서 흉터를 최소화 하는 가슴성형 수술법이 개발됐다. 또 살이 많은 부위의 지방을 뽑아 얼굴에 이식하는 자가지방이식술도 생겨났다. 지방을 얼굴에 주입해 아기처럼 통통한 볼과 도톰한 이마를 만드는 것.

성형수술을 받는 연령층도 확대됐다. 요즘에는 중학생도 쌍꺼풀 수술을 받고 60대 여성은 주름제거 수술을 원한다.

○ “앞, 뒤 찢고 쌍꺼풀은 3mm로 해주세요.”

성형시장이 급성장하고 성형수술이 발전하게 된 주된 원인에 대해 의사들은 “인터넷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터넷 카페, 싸이월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는 성형수술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을 더욱 손쉽게 했다. 환자 스스로 수술 전후 모습을 공개하고 수술이 잘 됐는지를 남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 결과 환자들의 요구사항은 좀 더 구체적이고 까다로워졌다.

쌍꺼풀 수술의 경우 쌍꺼풀 라인을 “몇 mm로 해 달라”고 요구한다. 코 성형에서는 콧대와 코끝을 각각 몇 mm씩 올리고 또 원하는 모양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문한다.

환자들의 요구가 까다로워지는 만큼 성형수술 기법도 발전했다. 방법은 더 정교해지고 절차는 더 간소화 됐다. 수술시간도 단축됐다. 약 15년 전에는 쌍꺼풀 수술시간이 대략 1시간 반∼2시간 걸렸지만, 요즘은 10∼20분에 마무리된다. 4시간 이상 걸리던 안면윤곽 수술도 이젠 1시간 반∼2시간이면 충분하다.

○ 성형 한 거야, 안 한 거야?

최근에는 유심히 봐도 성형수술을 한 코인지, ‘자연산’ 코인지 구분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보형물의 발전이 한몫을 했다. 10년 전에는 실리콘을 코 성형 보형물로 사용했다. 실리콘 하나를 콧대에 얹었으므로 콧대는 높아졌지만 코끝과 전체적인 코 라인은 인위적인 느낌이 났다.

2001년부터 고어텍스가 보형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연골을 이용하는 수술방법도 개발됐다. 그래서 코끝의 모양과 코 높이, 콧대의 높이와 굵기 등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어 수술 후 자연스러워졌다.

가슴 확대술은 지난해부터 코헤시브겔 사용이 허가되면서 크게 발전했다. 이에 따라 성형 후 가슴모양은 서 있을 때와 누워있을 때는 물론 촉감까지 ‘자연산’과 구분이 쉽지 않아졌다.

○ 수술 안전도 높이기 위한 시설과 시스템

최근 성형수술의 부작용과 사고를 다루는 뉴스들이 많다. 그렇다면 20년 전에는 부작용이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쉬쉬하고 숨겼기에 드러나지 않았던 것뿐이다.

예전에는 파라핀처럼 사람에게 쓸 수 없는 약품, 허가되지 않은 보형물이나 약물, 소독되지 않은 시술도구를 사용해서 부작용이 더 심각했다. 성형수술의 테크닉도 발달되지 않아 흉터에 따른 환자의 불만도 컸다.

요즘엔 불법 시술로 인한 부작용은 현저히 줄었다. 불법 시술의 위험성을 환자들이 인식했기 때문이다. 다만 환자들의 요구가 까다로워지면서 성형 후의 모양이나 크기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늘었다. ‘부작용이 아닌 부작용’인 셈이다.

박양수 드림성형외과 대표원장은 “모양이 마음에 안 들어도 부작용으로 간주하는 환자들이 많아졌다”면서 “그래서 많은 병원이 환자가 원하는 수술 후 모습을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 사전에 충분히 상담하고 수술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 하는 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수술 후에 부기를 빨리 빼주기 위해 ‘수술 후 관리센터’도 등장했다. 수술 안전도를 높이고 응급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대학병원 수준의 시설과 처리시스템을 갖춘 성형외과도 늘어났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미국은 지방흡입, 한국은 눈과 코, 브라질은 엉덩이”▼

나라마다 선호하는 성형 부위 달라

서양에서는 얼굴 부위에 대한 성형수술이 동양에 비해 적다. 진한 쌍꺼풀이 있는 큰 눈과 오뚝한 코를 갖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대신 서양은 지방흡입과 주름성형, 가슴확대성형 등이 발달했다.

한국에서는 눈매교정술, 눈 밑 지방제거술, 눈 밑 애교수술, 앞트임 수술, 뒤트임 수술, 늘어진 눈꺼풀 수술 등 눈 성형의 종류가 다양하다. 도전정신이 강하고 손기술이 뛰어난 한국인의 유전적 특징이 세밀하고 다채로운 수술방법들을 개발한 셈이다.

작은 얼굴을 선호하는 아시아에서는 각진 턱을 깎고 튀어 나온 광대뼈는 집어넣는 수술을 주로 한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패리스 힐튼이나 데미 무어 같은 연예인의 얼굴형처럼 각이 분명하게 진 얼굴을 선호한다. 따라서 보형물을 넣어 사각 턱을 만드는 수술도 많다.

한국에만 있는 수술도 있다. 종아리 수술이다. 종아리의 쓰지 않는 근육을 퇴축시켜 흔히 ‘알통’이라고 부르는 근육부위의 양을 줄이는 수술이다.

브라질에서는 한국과는 정반대되는 수술도 있다. 오히려 종아리에 실리콘을 넣어 굵고 튼튼해 보이도록 하는 성형수술이 유행이다. 엉덩이에 실리콘을 넣어 크고 볼륨 있는 엉덩이 라인을 만드는 수술도 인기다.

(도움말=드림성형외과 본원 최준용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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