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놈’이 프랑스 칸 영화제의 중심인 뤼미에르 극장의 열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폐막을 하루 앞둔 24일 밤 ‘갈라 스크리닝’(영화계 인사들이 정장 차림으로 레드 카펫을 밟고 시사회장으로 가는 공식 행사)의 마지막 순서였던 한국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시사회 반응은 뜨거웠다. 이 영화는 비경쟁부문 초청작이다.
시사회는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직접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씨 등 세 배우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관객들은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숨 가쁘게 펼쳐지는 총격전에 탄성과 박수로 화답했으며 영화가 끝나자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놈놈놈’은 1930년대 만주를 배경으로 보물지도를 노리는 세 남자의 물고 물리는 추격을 다룬 작품. 170여억 원의 제작비, 웨스턴 무비라는 장르, 톱스타 캐스팅으로 크랭크인 단계부터 올해 한국 영화의 기대작으로 주목받았다.
김 감독은 시사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주 벌판을 마음껏 달리는 활극을 찍어보고 싶었다”며 “서부극에 대한 개인적 향수와 만주에 대한 민족적 판타지가 동시에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독특한 세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도덕적 가치관을 전달하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식의 정통 미국 서부 영화보다 가치관을 전복하는 ‘스파게티 웨스턴 무비’의 세르조 레오네 감독에 대한 오마주”라고 설명했다.
주연 세 배우 중 송강호 씨만 오토바이를, 나머지 두 명은 말을 타는 것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김 감독은 “송강호 씨가 말을 무서워해 그렇다”며 “‘좋은 놈’에 정우성 씨가 낙점된 것도 이병헌 씨보다 말을 능숙하게 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씨와 이 씨는 촬영 도중 말에서 떨어져 각각 팔에 금이 가고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 씨는 체코 프라하에서 ‘G.I. 조’의 촬영 일정 때문에 행사 전날인 23일 밤 서둘러 칸에 도착했다. 그는 “영화 찍는 것보다 칸에 오는 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측은 ‘놈놈놈’ 판매에 대해 “멜 깁슨의 ‘아이콘’을 비롯해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11개국의 영화사들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칸=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