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29>漱滌萬物, 牢籠百態

  • 입력 2008년 5월 29일 03시 00분


漱(수)는 양치질하다 또는 씻다의 뜻이다. 滌(척)도 洗滌(세척)처럼 씻다 또는 소제하거나 없애다의 뜻이다. 漱滌(수척)은 씻다의 뜻이다. 枕石漱流(침석수류)는 바위를 베고 흐르는 물에 양치질한다는 말로 은거생활을 뜻한다. 그런데 孫楚(손초)라는 이가 漱石枕流(수석침류)라고 잘못 말하고는, 이를 갈기 위해 돌로 양치질하고 귀를 씻기 위해 흐르는 물을 벤다고 둘러댔다. 그로부터 그 말도 같은 뜻이 되었다.

牢(뢰)는 가축을 가두어 기르는 우리이다. 둘러싸다의 뜻, 감옥의 뜻, 단단하다의 뜻이 있다. 제사에 쓰는 희생용 가축을 가리키기도 한다. 亡羊補牢(망양보뢰)는 양을 잃고서 우리를 고친다는 말로, 우리 속담과 유사하다.

籠(롱)은 대나무 삼태기 또는 새장이며, 包括(포괄)하다 또는 덮거나 휩싸다의 뜻이 있다. 籠城(농성)은 성문을 굳게 닫고 성을 지킨다는 뜻에서, 어떤 목적을 위해 항의의 표시로 한 장소에서 떠나지 않고 버틴다는 뜻으로 확대되었다. 籠鳥(농조)는 새장의 새로 자유롭지 못한 몸을 비유한다. 여기서의 牢籠(뇌롱)은 포괄하다 또는 망라하다의 뜻이다. 百態(백태)는 온갖 모습이다.

唐(당) 柳宗元(유종원)은 귀양지 시내를 자신에 비견하여 愚溪(우계)라고 명명하고는, 그 수면에 만물이 깨끗이 비치듯 자신도 만물을 씻어내 그 모습들을 모두 망라한다고 하였다. 문학적 자부심을 표한 말이다.

만물을 씻어냄은 심미안으로 그 아름다움을 발견해냄을 의미하며, 온갖 모습을 망라함은 발견한 그 아름다움을 모두 빠짐없이 잘 표현해냄을 의미한다. 물론 세상의 아름다움은 주체나 형식에 따라 다양하게 발견되고 표현될 수 있으며, 그 工拙(공졸)의 차이도 엄연히 존재한다. ‘愚溪詩序(우계시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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