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젊은 연극인, 한국 근대희곡의 재발견

  • 입력 2008년 5월 29일 03시 00분


한국 연극 100주년 기획 근대 작품 3편 공연

“대본을 읽고 나니 영국에 셰익스피어가 있었다면 우리에게는 김우진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연출 김수연 씨)

서울 대학로의 촉망받는 세 연출가 김수연 이정하 신용한 씨는 요즘 한국 근대 희곡에 빠져 있다. 한국 연극 100주년 기념 프로젝트의 하나인 ‘젊은 연극인들의 고전 넘나들기’에 참여하고 있는 것.

그들이 빠진 작품은 김우진의 ‘산돼지’, 박승희의 ‘고향’, 유치진의 ‘원술랑’. 한국 연극사에 있어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들이다.

이들 세 연출가는 한국 희곡의 고전들을 현대 시각으로 재해석해 올린다. 고전의 기본을 토대로 하되 그 위에서 시대에 맞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것. ‘원술랑’의 연출을 맡은 신 씨는 이번 시도에 대해 “서양 고전을 끌어와 우리 실정에 맞추는 노력은 많았지만 우리 고전을 재해석하는 시도와 노력에는 인색했다”며 “작품을 실제 들여다보니 재해석의 여지와 상상력의 범위가 훨씬 풍성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고전에 대한 진지한 탐색과 이에 대한 창조적 해석 없이 한국 연극의 건강한 미래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작업은 곧 한국 연극의 미래에 대한 또 하나의 희망인 셈. 그래서 이들에게 거는 연극계의 기대도 크다.

‘산돼지’는 6월 8∼14일, ‘고향’은 6월 17∼22일, ‘원술랑’은 6월 25∼29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평일 오후 8시, 토 일요일 오후 3시 7시. 02-744-0300

○ 유치진의 ‘원술랑’

“원술도 그렇지만 신라 화랑들은 젊은 나이에 전쟁을 치러야 했던 시대의 희생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작품이 쓰인 1950년대는 충효사상이 절대선이었지만 이제는 새롭게 해석될 여지가 많습니다. 화랑 원술이 아니라 김유신의 아들 원술을 드러내고 싶습니다.”

신 씨는 ‘원술랑’을 새롭게 해석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무대도 마당극 형태로 바꾼다. 무대 세트 대신 등장인물의 연기와 대사로만 채워진다. 극을 설명하는 사회자도 있고,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말을 걸며 극을 진행한다.

“무대와 관객의 거리를 최소한으로 좁혀 관객들도 원술의 고민을 함께하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 신 씨의 의도.

○ 박승희의 ‘고향’

‘고향’은 1930년대 궁핍한 삶을 고발한 작품. 주인공은 병든 남편과 딸을 남겨 두고 집을 나간 후 개가한다. 이 여인에 대한 원작의 부정적 이미지와 달리 연출가 이 씨는 그에게서 새로운 이미지를 찾아낸다. 병든 남편을 두고 다른 삶을 선택하는 주인공의 행동에 당위성을 강하게 부여한 것이다.

연출을 맡은 이 씨의 말.

“인간은 선악의 양면성을 모두 갖고 있기 마련이죠.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행위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 김우진의 ‘산돼지’

‘산돼지’를 연출한 김 씨는 원작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작품의 내용이나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 현대적이었기 때문. 원작자 김우진은 29세에 자살했다. 사실주의와 표현주의를 넘나드는 작품의 난해함 때문에 실제로 공연된 경우는 거의 없다.

‘산돼지’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고뇌하는 젊은이를 표현한 작품. 이번 공연은 침대가 얹힌 방 하나만 덩그러니 놓인 무대에서 배우들이 꿈과 현실을 오가는 연기를 한다. 김 씨는 “어느 쪽이 현실이고 꿈인지, 사건이 누구의 시선으로 전개되는지 알 수 없게 뒤죽박죽 전개된다”며 “시대상은 최대한 빼내고 독특한 표현법을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