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사랑은 비를 타고’ 일본에 간다

  • 입력 2008년 5월 29일 03시 00분


7월 일본 도쿄에서 막을 올리는 ‘사랑은 비를 타고’의 일본 배우들. 동욱 역의 고마다 하지메, 동현 역의 야마자키 이쿠사부로, 미리 역의 하라다 나쓰키 씨(왼쪽부터) . 변영욱 기자
7월 일본 도쿄에서 막을 올리는 ‘사랑은 비를 타고’의 일본 배우들. 동욱 역의 고마다 하지메, 동현 역의 야마자키 이쿠사부로, 미리 역의 하라다 나쓰키 씨(왼쪽부터) . 변영욱 기자
《“언어를 몰라도 감동과 마음이 전달되는 작품입니다.” 한국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일본에 로열티를 받고 수출되는 ‘사랑은 비를 타고’(사비타)의 일본 배우들은 “일본에서도 흥행을 일으킬 작품”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이 뮤지컬을 창작한 한국 ‘엠뮤지컬컴퍼니’의 김선미 대표는 28일 “일본 공연 기획사 ‘도호’ 측과 수익의 7%를 받는 조건으로 ‘사비타’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계약 조건보다 한국 작품의 일본 시장 개척이라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배우들, “일본에서도 흥행 대박일 것”

28일 오전 11시 반, 서울 중구 회현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이들은 전날 ‘사비타’ 관람 후 한국 배우들과 오전 4시까지 마신 술로 얼굴이 벌겋게 부어 있었다. 인터뷰 시간을 한사코 뒤로 미루자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술은 깼지만 ‘사비타’를 보고 난 감흥에서는 아직 깨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지금까지 5번 봤다는 ‘동욱’ 역의 고마다 하지메 씨는 “일본에 가서 할 공연에 참고하려고 노트를 가져왔는데 어느새 관객이 되어 빠져버렸고 눈물 때문에 ‘커닝 페이퍼’가 지워져 큰일”이라며 웃었다. 다른 배우들도 한가지였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문화부 유성운 기자

“일본에서도 많은 뮤지컬을 봤지만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감동적.”(‘동현’ 역의 야마자키 이쿠사부로·22) “한국 오리지널에 대해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미리’ 역의 하라다 나쓰키·23)

하라다 씨는 인기 드라마 ‘허니와 클로버’에 출연하며 지명도를 얻고 있으며 고마다 씨는 ‘맨오브라만차’ ‘레미제라블’ 등 대작들에 출연했던 경력 28년의 베테랑 배우다. 야마자키 씨는 인기 남성 보컬 그룹의 멤버인 아이돌 스타.

이들은 특히 “한국 관객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답했다. 고마다 씨는 “한국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한다. 배우가 옷을 벗는 시늉을 하면 소리를 지르며 환호해 주는 한국 관객들이 부럽다. 일본 관객들도 그런 적극성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마자키 씨는 “관객과 배우의 거리가 가깝다는 것이 참 놀랍다”고 말했다.

○왜 ‘사비타’일까?

7년 만에 만난 형제간의 오해와 화해를 통해 가족의 사랑을 다룬 ‘사비타’는 1995년 초연 후 13년째 롱런 중이다. 이 뮤지컬을 한국에서 수입한 ‘도호’는 ‘라이온 킹’으로 유명한 ‘시키’와 함께 일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공연기획사. 도호는 왜 ‘사비타’를 선택했을까?

첫째, ‘가족’이라는 소재의 힘이다. 프로듀서인 아가타 도모코 씨는 “한국이든 일본이든 보편적으로 느끼는 가족애라는 소재를 잘 풀어낸, 구성이 뛰어난 작품”이라며 “남녀의 사랑을 다룬 작품은 많아도 가족을 다룬 뮤지컬 작품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김장섭 연출은 “아시아 문화권이 비슷한 만큼 일본에서도 한국 관객들이 만끽한 즐거움과 재미를 100% 동일하게 느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비결로는 ‘단순함의 미학’이 꼽힌다.

고마다 씨는 ‘사비타’가 일본 작품과 다른 점을 묻자 “단순한 스토리가 직접적으로 가슴을 파고들며 감동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하라다 씨는 “불필요한 부분이 없고 응축된, 잘 만들어진 뮤지컬이어서 신선했다”고 말했다. 미사여구나 상황을 복잡하게 전개하는 일본 스타일과 다르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틈새시장’으로서의 가치다.

일본의 뮤지컬 시장은 ‘위키드’ ‘라이온 킹’ 등 대형 뮤지컬들이 한국보다 많이 제작될 만큼 규모가 크다. 하지만 대형 뮤지컬의 티켓 가격이 높은 게 문제다. 아가타 씨는 “대형 뮤지컬의 높은 가격 때문에 젊은 층들이 뮤지컬을 외면하고 있다”며 “‘사비타’처럼 규모가 작지만 내용이 재미있는 공연이 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공연은 7월 26일∼8월 17일 도쿄의 소극장인 시어터 트램에서 열린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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