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 박’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김 기자: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
스타일리스트 박: 방가방가. 웬일이슈? 기사거리라도? -_-
김 기자: 독자 e메일을 한 통 받았어요.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데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진정한 패션인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첫째 조건이 무엇일까요?
스타일리스트 박: 흠…. 외국 유학? 패션 공부? 동물적인 감각?
김 기자: 땡∼ 정답은 ‘콩글리시’라네요. 이 분이 한 명품 브랜드 매장에 갔는데 그 점원의 유창한 콩글리시 때문에 혼났다네요. “이 백은 저희 브랜드의 핫 아이템이자 이번 시즌 스페셜 에디션입니다. 비비드한 컬러와 페미닌한 라인이 빅 포인트로서 해외 셀럽(셀러브리티)들의 ‘잇 백’으로 불리죠. 시크한 셰이프 좀 보세요….”
스타일리스트 박: 패션계 종사자들이 영어를 남발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외국에서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영어까지 그대로 옮겨온 셈인데 대부분 ‘버스’같은 외래어가 아니라 번역이 필요한 외국어죠.
김 기자: 패션 관련 보도자료도 글의 절반 이상이 영어 단어입니다. “실크 스카프에서 모티브를 얻은 프린트와 샤이닝한 매터리얼이 시크함을 나타내며 다양한 사이즈의 뱅글과 로고 디테일이 돋보이는 등 누구나 위시 리스트에 올려 봄 직한 아이템이다.”
스타일리스트 박: ‘시크하다’와 ‘멋있다’의 차이인 것 같아요. ‘멋있다’라고 해도 될 말을 굳이 ‘시크하다’라고 하는 건 본연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서죠. 앙드레 김 선생이 ‘판타스틱해요’라고 하는 것도 ‘멋지다’로 표현할 수 없는 뉘앙스를 전달하기 위해서 아닐까요? 문제는 사용자들의 마음가짐에 있죠. ‘시크하다’라는 말을 쓰며 마치 자기가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인공이나 ‘뉴요커’가 된 것처럼 우월감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안타까워요.
김 기자: 그러게요. 영어 쓴다고 자신이 ‘구찌’ ‘루이비통’ 같은 명품이 되는 건 아닌데…. 안 그래도 ‘오렌지’를 ‘어륀지’라고 발음하라는데, 있는 단어도 미국식으로 고쳐 쓰라고 나서는 패션 관계자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패션’을 ‘훼숀’이라고….
김범석 산업부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