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中 ‘책봉체제’가 만든 동아시아 문화

  • 입력 2008년 5월 31일 02시 52분


◇일본의 고대사 인식/니시지마 사다오 지음·이성시 엮음·송완범 옮김/328쪽·1만5000원·역사비평사

2000년대 들어 동아시아 세계에 대한 역사학계의 연구가 활발하다. 이른바 동아시아론은 특정 국민국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역사는 동아시아가 처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한편에서는 동아시아론 역시 동아시아라는 또 하나의 주체를 상정한다는 점에서 확장된 내셔널리즘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동아시아의 실체가 과연 있는가에 대한 회의도 있다. 있다면 한국 중국 일본인가? 인도차이나 반도를 포함하는가? 동아시아가 어떤 공통분모로 묶일 수 있을까.

이 책은 ‘동아시아 세계론’을 펼친 니시지마 사다오(西嶋定生·1919∼1998) 전 도쿄대 명예교수의 논문들을 이성시 와세다대 문학부 교수가 엮은 것이다. 니시지마 교수의 ‘동아시아 세계론’은 중국 황제가 주변국의 왕에게 작위를 줘 통치권을 인정하는 책봉체제를 바탕으로 유교, 율령, 불교, 한자 등 문화가 전파됐고 이 문화 요소를 공통분모로 삼는 동아시아 문화권이 형성됐다는 것. 중국 한반도 일본 베트남이 이 세계권에 속한다.

니시지마 교수는 6∼8세기 중국 왕조와 고구려 백제 신라 발해 일본 정치체제 분석을 통해 동아시아가 중국 왕조 중심의 책봉체제에 따라 움직였음을 확인하고 20세기까지의 일본사를 이 국제질서를 바탕으로 고찰한다.

니시지마 교수의 주장은 중국 중심의 책봉 체제에 치우친 나머지 한반도 역사를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그린 한계가 있지만 동아시아론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위해 일본과 중국에서 동아시아론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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