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끝난 걸까. 그건 속단이었다.”
- 공백기를 거치면서 배우 김소연이 얻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다 잃은 줄 알았는데 다 얻었고, 독인 줄 알았는데 득이 됐다. 김소연의 3년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그렇다.”
- 상실과 독으로 말한 당시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들려준다면.
“그만 둘 생각을 했었다. ‘연기를 이젠 그만 둬야하는 걸까.’ 아침에 눈뜨면 천장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나름의 준비도 했었다.”
- 준비? 연습 같은 것인가.
“중학교 3학년 때 데뷔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살고 있는 반경 수 킬로미터 밖의 세상은 몰랐다. 정신적 충격이었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거다. 부끄러운 고백인데 사람 많이 모인 곳에 연예인은 못 가는 줄 알았다. 버스 같은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는데도 처음엔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해보니까 좋았다. 나는 앞으로도 버스나 지하철을 자주 이용할 생각이다. 나를 알아본다는 것, 그것 뿐이다. 그게 감사한 일이란 것도 알게 됐다.”
- 이제 연기자라는 제 자리로 돌아왔다.
“바닥을 찍고 올라온 기분이다. 어떤 역할이 나한테 오기까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제야 알게 됐다. 소중함을 깨달은 거다. 연기자로서 나를 존재하게 하는 작품에 대한, 또 나를 믿고 지원해준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다.”
○ “다음엔 뭘 입어야할지, 고민 많다.”
-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때 모습은 참으로 극적이었다.
“어느 순간 패셔니스타가 됐다.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은 게 처음이 아니었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신기하다. 사실 그 의상을 안 입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다른 여배우가 탐낸다는 말에 냉큼 낚아챘다.”
- 그 의상이 배우 김소연을 한순간에 빛나게 한건 맞지 않을까.
“그때 깨달았다. 여배우는 연기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보여주는’ 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란 걸 알았다.”
○ “연기할 수 있단 게 진정 행복하다.”
- 공교롭게도 드라마에서 매번 이뤄질 수 없는 사랑만 한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 더 매력적이지 않은가. 이뤄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과거의 역할들은 그 사랑을 쟁취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 경우가 많았다. 이번 드라마 ‘식객’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역시 쟁취는 못하지만 악쓰지 않고 묵묵히 보내줄 수 있는 여인이란 점이다.”
-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는데, 시청자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여자가 나이가 들다보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감정이 변하고. 눈빛도 달라지지 않을까. 애써 노력하기보다 자연스레 보여드리고 싶다. 의도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 걸 이젠 안다.”
- 극중 연인인 권오중과는 과거에도 시트콤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권오중) 오빠는 유부남이 됐고, 나는 서른을 바라보게 됐다. 불과 얼마 전 같은데 말이다.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연인으로 출연했을 때 열아홉이었다. 딱 10년 만에 만났는데, 배우 권오중은 여전히 재미있었고, 여전히 열성적이었다.”
- 권오중과 김래원, 당신의 이상형은 어떤 남자에 가까운가.
“권오중. 남편이자 아빠니까 피해가려고 지목한 게 절대 아니다. 나는 나를 웃게 해주는 남자가 좋다.”
- ‘식객’은 당신에게 어떤 작품인가.
“포기하려했던 나를 붙잡아준 은인이다.”
배우 김소연은?
1994년 배우 이정재, 김희선을 배출해낸 SBS 청소년 드라마 시리즈 ‘공룡선생’의 3기로 발탁돼 연기자로 데뷔. 그 때 나이 15살이었다. 4년 후인 1998년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김소연의 20대 초반은 화려했다. MBC ‘엄마야 누나야’ SBS ‘2004 인간시장’ 등 굵직한 TV 드라마에서 주연을 꿰차며 차세대 톱스타로 차근차근 명성을 쌓았다. 2005년 한중합작영화 ‘칠검’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하며 중화권 한류스타로서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쉼 없이 내달리던 10년, 그리고 3년이나 이어진 공백기. 김소연의 부활을 알리는 복귀 작은 6월16일 첫 전파를 타는 SBS 드라마 ‘식객’이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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