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34>花徑不曾緣客掃, 蓬門今始爲君開

  • 입력 2008년 6월 5일 03시 03분


徑(경)은 지름길이나 작은 길이다. 斜徑(사경)은 비탈길이고 石徑(석경)은 좁은 돌길이다. 여기의 花徑(화경)은 뜰 안의 꽃길을 가리킨다. 曾(증)은 일찍이의 뜻이다. 曾祖(증조)나 曾孫(증손)처럼 세 세대 차이의 친속을 가리키기도 한다.

緣(연)의 본뜻은 옷의 가장자리나 기물의 테이다. 因緣(인연)이나 緣分(연분)의 뜻도 있다. 여기서처럼 이유를 표시하여 ‘∼때문에’로 옮겨지며, 또 근거나 경로를 표시하여 ‘∼에 따라’로 옮겨지기도 한다. 客(객)은 손님으로 집을 뜻하는 면(면)이 의미요소로 쓰였다.

掃(소)는 淸掃(청소)나 掃除(소제)처럼 쓸다 또는 제거하다의 뜻이다. 손에 추(추) 즉 비를 든 것을 나타냈다. 蓬(봉)은 쑥으로 흐트러지다의 뜻도 있다. 蓬頭(봉두)나 蓬髮(봉발)은 흐트러진 머리이다. 蓬門(봉문)은 쑥대로 엮어 만든 문으로 가난한 집이나 은자의 집, 또는 여기서처럼 자기 집을 낮춰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始(시)는 처음 또는 비로소의 뜻이다.

“집 남쪽과 북쪽이 온통 봄 강물인데, 보이는 건 단지 날마다 오는 갈매기 떼이지요. 꽃길 일찍이 손님 맞느라 쓸어본 적 없다가, 쑥대 문 오늘 처음 그대 위해 열었습니다. 음식은 시장이 멀어 변변치 못하고, 술은 가난해서 묵고 거친 것뿐입니다. 이웃 노인과 같이 마셔도 좋으시다면, 울타리 너머 소리쳐 불러내 남은 술을 비웁시다.”

누추한 집에 차린 것은 없지만 처음 맞은 손님과의 술자리가 편안하다. 울타리 너머 이웃을 불러 같이 마시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말에, 다정하고 여유로운 주인의 모습이 역력하다. 오늘의 도시생활에서도 안 될 까닭이 없다. 唐(당) 杜甫(두보)의 ‘客至(객지)’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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