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막간’엔 휴식? 깜짝 쇼 타임!

  • 입력 2008년 6월 5일 03시 03분


1일 오후 8시 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샤롯데홀. 뮤지컬 ‘캣츠’의 1막이 끝나고 인터미션(공연 막간의 휴식 시간)이 시작됐지만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봄발루리나 카산드라 럼텀터거 등 인기 ‘고양이’들이 객석으로 내려왔기 때문. 화장실 가는 길을 막고, 손을 잡고 어디론가 데려가는가 하면 관객 앞에서 물구나무를 서기도 했다. 일부 관객은 “야옹” 소리로 화답했고 일부는 고양이 앞으로 몰리기도 했다.

최근 공연에서 인터미션이 변하고 있다. 인터미션이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라 공연의 일부가 되거나 공연의 흥미와 감동을 증폭시키는 시간이 되는 것. 인터미션의 활용 방식도 다양해지면서 관객들의 흥미를 더 끈다.

6일 막을 올리는 연극 ‘쉬어 매드니스’(서울 대학로 예술마당)는 인터미션을 공연의 일부로 끌어들인 경우.

이 작품은 미용실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추리극으로, 사건이 발생하는 1막과 범인을 추적하는 2막으로 나뉜다. 1막이 끝나면 수사관 역을 맡은 배우는 객석 입구에 서서 밖으로 나오는 관객들로부터 얘기를 듣는다. 수사관은 이때 들은 얘기를 바탕으로 2막의 추리를 전개하며 범인을 가려내게 된다. 따라서 공연마다 범인이 바뀐다.

14일 시작하는 창작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는 인터미션 시간에 공연장이 영화관으로 바뀐다. 1970년대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이 작품은 인터미션에 1970년대 고교 분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보여 준다. 제작사인 컬처피아는 “관객들이 극의 분위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미션을 이벤트로 연출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연의 흐름을 잇기 위해서다. 신시뮤지컬컴퍼니의 최승희 실장은 “1, 2막으로 구성된 공연의 경우 15∼20분에 이르는 인터미션이 공연의 흐름이나 관객의 몰입을 끊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대책의 일환으로 인터미션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러브’(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는 지난달 인터미션을 활용해 관객들의 특별한 사연을 소개했다. 지난달 공연됐던 한일 합작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은 인터미션에 배우들이 로비로 나와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 같은 ‘인터미션 이벤트’에 대해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 씨는 “기본 공연만 생각하고 왔던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제공하고 동시에 공연을 차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미션 이벤트가 지나치면 관객의 피로를 자아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 씨는 “보통 90분에 이르는 1막이 끝난 뒤 쉴 시간도 주지 않고 계속 관객들을 붙잡아 둔다면 피로가 쌓여 오히려 2막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초 인기를 모았던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는 인터미션에 배우들이 나와 관객들에게 무대 댄스를 가르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마지막에 무산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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