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연주자 앙상블 ‘디토’ 15일부터 전국투어
○ 뉴욕, ‘Stop & Listen’
두 달 전 이들은 미국 뉴욕에서 만나 리허설을 했다. 1년 전 독일에서 뉴욕으로 거주지를 옮긴 임동혁은 멤버들을 자신의 아파트로 초대해 아귀찜, 된장찌개 등 자신이 직접 요리한 음식을 내놓기도 했다. 피아노 솔로 연주만 해왔던 그에게 실내악은 이번이 처음. 그는 “솔리스트에게 쏟아지는 엄청난 부담감은 줄어든 대신 즐거움은 상상보다 훨씬 컸다”며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왜 피아노 솔로 연주를 중단하게 됐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동혁이는 친구들을 항상 즐겁게 해주는 ‘퍼니 가이(funny guy)’예요.”(오닐)
“리처드 용재 오닐은 음악을 할 때 정말 완벽주의자예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많이 배우게 됐어요. 다쑨 창은 푸근하고, 스테판 재키는 정말 신선하지요.”(동혁)
이들은 당초 뉴욕 맨해튼에서 ‘Stop & Listen’이라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진짜 같은 가짜 다큐멘터리)를 찍을 예정이었다. JFK공항, 뉴욕의 할렘가, 월스트리트의 증권가에 디토 멤버들이 갑자기 나타나 즉흥연주를 하면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음악적 충격을 주자는 시도였다. 용재 오닐은 “비록 비용 문제로 이 프로젝트가 연기되긴 했지만, 클래식 음악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은 디토의 꿈은 뉴욕에서든 서울에서든 도쿄에서든 꼭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젊음의 추억, 슈베르트 ‘송어’
디토는 이번 공연에서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송어’, 베토벤 현악 4중주 ‘라주몹스키’ 등을 연주한다. 특히 슈베르트 ‘송어’는 클래식계의 파티음악으로 통한다.
다니엘 바렌보임(피아노), 재클린 뒤프레(첼로), 지휘자 주빈 메타(더블베이스), 핀커스 주커만(비올라), 이츠하크 펄먼(바이올린)이 20대 초반에 모여서 했던 ‘송어’ 연주는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전설적인 연주다. 희귀병으로 요절한 첼리스트 재클린 뒤프레가 밝고 당차게 연주하고, 당대의 천재들이 웃고 장난치는 무대 뒷모습을 담은 DVD는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한다. 디토도 자유분방하고 생동감 넘치는 ‘송어’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은 이번 공연 중에도 각자의 스케줄로 바쁘다. 임동혁의 바흐 ‘골드베르크’ 음반(EMI)이 4일 출시됐고, 자니 리와 패트릭 지는 각각 12일과 13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스테판 재키는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하버드 래드클리프 오케스트라(HRO)와 협연할 예정이다.
멤버 중 막내인 스테판 재키는 “매년 여름 한국에서 외할아버지(고 피천득)와 함께 여행하곤 했는데 지난해 돌아가셔서 무척 슬펐다”며 “이번에 한국에서 환상적인 멤버들과 함께 투어를 하게 돼 기대된다”고 말했다.
15일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18일 성남아트센터, 20일 부산시민회관, 21일 대구학생문화센터, 24일 천안시민회관, 25일 하남문화예술회관, 28일 서울 예술의 전당, 7월 1일 울산 현대예술관, 7월 2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1577-5266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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