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신부 얼굴’ 3번째 복원 “더 한국인 같게”

  • 입력 2008년 6월 6일 02시 53분


■ 가톨릭대 의대-조각가 김일영 교수 제작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부로 24세의 나이에 순교한 김대건(1822∼1846) 신부. 그의 얼굴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김 신부의 얼굴이 최근 재복원됐다. 가톨릭대 의대 가톨릭응용 해부학연구소(소장 한승호 교수)와 조각가인 김일영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최근 김 신부 흉상을 제작해 공개했다.》

1971년 가톨릭대 의대에서 촬영한 김 신부의 두개골 사진과 실측 자료 등을 토대로 최대한 실제 얼굴에 가깝게 만든 것. 1846년 순교 후 경기 안성에 안장됐던 김 신부의 유해는 여러 차례의 이장을 거쳐 6·25전쟁 이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에 안치됐으며 천주교 측은 1971년 그의 유골을 촬영해 보관해오고 있다.

이런 해부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김 신부의 얼굴을 복원한 것은 1997년, 2001년에 이어 세 번째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세 얼굴의 모습이 다르다는 사실.

○ ‘2001년 흉상’에서 눈 코 입-얼굴 비례 고쳐

1997년 얼굴 전문가인 조용진(미술해부학) 한남대 교수가 제작한 김 신부 흉상의 얼굴은 전체적으로 인자한 모습. 눈이 크고 눈초리가 길며 코의 길이가 짧은 편이다.

2001년 명동성당의 의뢰를 받아 가톨릭응용해부학연구소와 조각가 구본주 씨가 제작한 흉상의 얼굴은 전체적으로 갸름하고 눈매와 인상이 강렬하다.

이번에 제작한 흉상은 이목구비가 좀 더 뚜렷한 미남형 얼굴. 흉상을 제작한 김일영 교수는 2001년에 제작한 흉상이 20대 한국인 남성의 표준 얼굴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수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01년 제작 흉상을 보니 눈 코 등의 비례가 잘 맞지 않고 귀도 한국인에게 잘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두개골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얼굴 비례를 수정하고 눈 코 귀 등을 한국인 표준으로 맞췄습니다.”

○ 두개골 사진 바탕 7개월간 검증-수정 반복

예술적 차원이 아니라 법의학적인 차원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검증과 수정이 계속돼 실제 제작에만 7개월이 걸렸다. 김 교수는 흉상을 제작하면서 김 신부 관련 사료도 많이 참조했다.

“관련 자료를 보면 키가 크고 훤칠하며 병색이 있었다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결핵이 아니었을까 추정하기도 하는데 이런 점을 얼굴에 반영했습니다. 저의 개인적 예술적 취향은 완전히 배제하고 해부학적 견지에서 오차가 없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흉상이 100% 김 신부의 얼굴이라는 것은 아니다. 김 신부의 얼굴 사진이나 생전의 초상화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작자마다 얼굴 표현이 조금씩 다른 것은 불가피한 일. 앞으로 김 신부의 사진이 발견된다면 실제 얼굴의 완벽한 복원이 가능할 것이다. 천주교 측은 김 신부가 1842년 프랑스 세실 제독의 통역관으로 발탁돼 난징(南京)조약 참관인으로 조인식에 참석해 찍은 사진이 발견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제작된 흉상은 13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가톨릭대 의대 성의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리는 서울가톨릭미술가회전에 출품돼 전시 중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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