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출장비를 조작해서 부풀린다. 어머니를 원망한다. 호텔에 비치된 수건을 집으로 가져간다. 합법적이지 않은 세금 공제를 신고한다. 습관적으로 포르노 채널을 본다.’
이 책의 키워드는 ‘비밀’이다. 정신분석 전문의인 저자는 누구나 갖고 있는 크고 작은 비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비밀이 만들어지는 양상과 비밀이 실제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사례 중심으로 설명한다.
학교에서 인기 없는 여고생 에이드리언은 밤이면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18세의 클럽 바텐더로 생활한다. 착실한 40대 가장 스콧은 출장 때면 호텔의 포르노 TV를 시청하는 게 취미다.
저자는 “비밀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 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자유를 부여해주는 안전한 피난처라고 말한다. 비밀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
비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가운데 나이별로 갖는 비밀의 특징에 대한 분석이 흥미롭다. 부모가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는 유아기를 지나 다섯 살만 되면 아이들은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된다. 비밀스러운 자아가 형성되는 것이다.
성인들에게 있어 비밀은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개인사를 숨김으로써 타인과 거리를 유지할 수도, 이를 털어놓음으로써 친밀감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랑’도 비밀의 관점에서 정의 내린다.
“내 모든 비밀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았고, 그 사람이 내게 자신의 모든 비밀을 털어놓는다면 그때 바로 유아기 이후로 처음 내 ‘모든 것’을 아는 듯한 사람을 발견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