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집은 어떤 집일까.
이 책에 따르면 ‘자연에 적응하고 새끼를 잘 기르는 데 가장 살기 적합한 조건을 확보한 집’이다. 이 책은 환경에 딱 맞는 최고의 집을 짓고 살아가는 동물건축가들을 소개했다.
가장 아름다운 건축은 몸임을 보여주는 동물도 있다. 고둥이나 조개 같은 연체동물은 부드러운 몸을 보호하기 위해 딱딱한 껍데기를 이동식 저택 삼아 살아간다.
이들은 몸이 커져도 평수를 넓혀 이사할 필요 없이 평생 한집에서 산다. 몸이 자라면 ‘집’(껍데기)도 같이 자라니까. 집에 금이 가도 고둥은 딱딱한 껍데기를 만드는 탄산칼슘을 분비해 말끔하게 수리한다.
집게는 평생 남의 집에서 산다. 스스로 갑옷으로 무장해 그 속에서 사는 대부분의 게와 달리 집게만은 예외적으로 자기 집이 없다.
그 대신 바다 바닥에 버려진 죽은 연체동물의 껍데기를 집 삼아 살아간다.
집게는 집에 몸을 맞출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고둥의 빈 껍데기가 몸집에 비해 헐겁지 않도록 집게는 안에서 껍데기를 꽉 움켜쥘 수 있도록 한 쌍의 뒷다리가 발달돼 있다. 몸이 커지면 집게는 살던 집을 버리고 몸에 맞는 더 큰 집으로 이사한다.
그래도 집게는 항상 비어 있는 집만 찾아다니며 이용할 뿐 살아있는 고둥을 공격해 껍데기를 뺏는 일은 없다.
오소리는 땅속에 저택을 짓고 산다. 한 채의 길이가 30여 m에 이르는 이 큰 저택에서 열두 마리의 오소리가 대가족을 이뤄 모여 산다. 몇 대가 한 채에서 함께 살면서 계속해 집을 넓히고 고쳐 나간다.
땅속에 사는 문짝거미도 이름처럼 문짝을 만드는 데 귀재다.
모래와 자갈을 거미줄로 둘둘 말아 만든다. 주변 땅바닥과 구분이 가지 않도록 교묘히 위장된 입구에 딱 맞게 만들어져 폭우가 쏟아져도 끄떡없다.
정교한 기술로 집을 짓는 장인 같은 동물들의 이야기도 경이롭다.
알을 보호하기 위해 둥지에 별도의 이중 공간을 만드는 오븐버드, 높이 5m에 이르는 ‘마천루’를 짓는 북오스트레일리아의 컴퍼스 흰개미, 일교차가 큰 사막에서도 매일 부리로 실내 온도를 체크해 알이 부화할 수 있는 적당한 온도를 항상 유지하는 자색무덤새, 뱃사람에 견줄 정도로 훌륭한 매듭을 만들어 내는 산까치까지 최고의 동물건축가들이 만드는 집 이야기가 흥미롭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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