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살찐 여성, 우울증 덜 걸린다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1분


한림대 교수팀 밝혀

“발병위험 정상체중보다 0.7배 줄어”

보통 ‘살집이 넉넉한 사람들은 태평하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적당히 살이 찐 여성들이 우울증에 덜 걸린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조정진 교수팀이 전국 329개 회사의 20∼60세 직장인 8121명(남성 5231명, 여성 2890명)을 임의 표본 추출해 비만과 우울증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경도비만(BMI·체질량지수 25∼30) 여성은 정상체중군(BMI 18.5∼24.9)과 비교해 우울증 위험이 0.7배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도비만 전 단계인 정상체중 및 과체중군(18.5∼24.9)에서는 BMI가 1씩 증가할수록 우울증 위험이 0.93배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과 달리 남성에게서는 BMI와 우울증 간 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

BMI는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 비만기’에서 BMI 18.5 이하는 저체중, 18.5∼22.9는 정상(표준)체중, 23.0∼24.9는 과체중, 25.0∼29.9는 경도비만, 30 이상은 고도비만이다. 일반적으로 정상체중과 과체중(18.5∼24.9)이면 건강한 체격으로 본다. 반면 저체중(BMI 18.5 이하)과 고도비만(BMI 30 이상)에서는 여성과 남성 모두가 우울증 위험이 높아졌다. 저체중인 여성은 정상체중 여성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1.42배, 남성은 정상체중 남성에 비해 1.3배 증가했다.

또 고도비만인 여성은 정상체중 여성에 비해 1.47배, 남성은 정상체중 남성에 비해 1.79배 증가했다.

조정진 교수는 “흔히 비만이 정신건강상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고도비만이 아닌 경우 비만이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고만 볼 수 없다”며 “한국인의 경우 마른 체형보다는 다소 통통해 보이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체형에 대한 자기 만족도가 높을 수 있고, 성격도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어판 ‘역학연구용 우울척도(CES-D)’를 이용한 설문지 조사와 건강진단의 신체측정결과 자료를 분석해 이루어졌다.

조정진 교수는 이 보고서를 지난달 14∼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6차 유럽비만학회에서 ‘한국의 직장인에서 비만과 우울의 관련성’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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