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주부役 오연수 “남편은 갈라서면 남이라지만…”

  • 입력 2008년 6월 10일 03시 00분


MBC 주말 드라마 ‘달콤한 인생’에서 주인공 윤혜진 역을 맡은 오연수(37)는 여성의 중층적 심리를 세밀하고 호소력 있게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MBC
MBC 주말 드라마 ‘달콤한 인생’에서 주인공 윤혜진 역을 맡은 오연수(37)는 여성의 중층적 심리를 세밀하고 호소력 있게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MBC
《서른여섯 살 윤혜진. 두 딸의 엄마이자 수천 억 원대 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의 아내다. 하지만 어느 날 남편에게 젊은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죽을 결심으로 떠난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 살 연하 준수를 만난다. MBC 드라마 ‘달콤한 인생’(토일 오후 10시 35분)은 이처럼 남편의 불륜에 아내의 맞바람이라는 상투적인 외형을 띠고 있으나 섬세한 심리 묘사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른일곱 살 여배우, 두 아들의 엄마이자 한 남편의 아내로 10년을 살아온 오연수를 5일 경기 성남시 분당의 촬영장에서 만났다. 극중 윤혜진의 심리를 담은 독백을 질문 삼아 인터뷰했다.》

―그런 생활. 난 그런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고, 그것이 행복이라고 믿었다.(1회)

“연기생활 18년을 되돌아보면 뜬 적도, 슬럼프로 가라앉은 적도 없이 평탄했죠. 이번에 혜진 역을 맡게 됐어요. 시청률을 떠나 가슴이 먹먹한 연기를 다시 할 수 있을까요. 연기가 아니라 제가 혜진이 된 것 같아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났어요. 나 없으면 당신은 살 수 있을까 하고요. 난 없을 거 같아요. 당신 없으면.(1회)

“애들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아요. 남편은 돌아서면 남이라는 극중 대사도 있지만….”

―편했다. 나보다 나이 어려 보이는 남자가 날 아무렇게나 대하는 것이 편했다. 그러자 달콤한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유혹.(2회)

“어려서부터 연기를 해서 생활의 폭이 좁았어요. 유혹거리도 없었죠. 동사무소도 결혼 후 처음 가봤을 정도로 세상 물정에도 늦게 눈을 떴어요. 불륜요? 저뿐만 아니고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나는 아니야, 저럴 수 없어’ 단정은 못 짓겠죠. 물론 바람을 피우면 안 되겠지만….(웃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난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여자였다. 내가 다 망쳐버린 걸까. 그까짓 것. 모른 척할 수도 있었잖아. 세상 남자들의 반이 넘게 바람을 피우며 산다는데.(5회)

“결혼 초 ‘바람피우면 끝이야’ 남편에게 그랬죠. 10년 살고 애도 키우다 보니 행여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당장 끝낼 것 같지 않아요. 반대로 제가 바람을 피운다면? 대사 중에 ‘남자가 바람피운 건 한강에 배 지나가는 자리고 여잔 남산에 광고탑 세우는 거야’라는 말이 있어요. 혜진이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남편에게 먼저 말할 수는 없겠죠.”

―당신 인생 속에 차지하고 있던 내 자릴 버렸다고 했죠? 그게 뭐 여자란 뜻이겠죠. 아내면서 애들 엄마면서 또 성적 대상이기도 한 여자.(6회)

“집에 가면 전쟁터예요. 남자 애 둘을 키우다 보니 평상시에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후줄근하게 있어요. 밖에 대충 하고 나가도 남들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아요. 하지만 여배우로서 여자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내 몸 안에서 뭔가 스멀거리며 일어나고 있다. 간지러운 느낌. 비릿한 생선 냄새가 배어 있는 바닷물처럼 역겨우면서도 친밀한 냄새가 코끝에 느껴진다. 잊어버렸던, 잊고 살았던 삶에 대한 그리움.(9회)

“잊고 살았던 삶이라, 그런 건 없어요. 저는 욕심 많은 배우가 아니에요. 한번 욕심을 품으면 끝이 없죠. 이 정도만 행복하면 좋겠어요. 40대가 되면 시트콤에서 한번 웃겨보고 싶네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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