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독재의 끝을, 민주의 꿈을” 박종철 기념관 개관

  • 입력 2008년 6월 11일 02시 58분


고 전태일 씨의 어머니인 이소선 씨가 10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박종철기념관’에 걸린 고 박종철 씨의 영정을 쓰다듬고 있다.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이었던 이곳에서 박 씨는 물고문으로 숨졌다. 최근까지 경찰인권센터로 사용된 이곳은 이날 박종철기념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김미옥  기자
고 전태일 씨의 어머니인 이소선 씨가 10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박종철기념관’에 걸린 고 박종철 씨의 영정을 쓰다듬고 있다.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이었던 이곳에서 박 씨는 물고문으로 숨졌다. 최근까지 경찰인권센터로 사용된 이곳은 이날 박종철기념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김미옥 기자
6월 민주항쟁 21주년을 맞은 10일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고 박종철 씨의 기념관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박종철기념사업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남영동 경찰인권센터에서 박 씨의 가족과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종철기념관 개관식을 열었다.

기념관은 옛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인 경찰인권센터 내 일부 시설을 리모델링해 당시 모습을 재현했다.

특히 박 씨가 1987년 물고문을 받다가 숨진 509호 조사실은 박 씨의 영정과 함께 물고문을 하던 욕조와 간이침대 등 그때 모습 그대로 보존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509호 조사실에 마련된 박 씨의 영정 앞에서 묵념을 올리기도 했다.

4층 기념전시실에는 박 씨가 사망 당시 입었던 옷을 포함해 박 씨가 갖고 있던 책과 편지, 개인사진 등 기념유품이 전시됐다. 1980년대 당시의 시대상황을 알 수 있는 신문과 사진 자료 등도 눈에 띄었다.

박 씨의 아버지 박정기(80) 씨는 “만인은 평등해야 한다”며 “앞으로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이 독재가 무엇이고 독재의 종말이 무엇인지 깨닫기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

6월 항쟁 도중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고 이한열 씨의 어머니 배은심 씨도 “그때와 같은 사태는 절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은 1976년 대간첩 수사를 위해 만들어졌으나 나중에 민주화 운동 인사들의 고문 장소로 많이 사용되기도 했다. 박종철(당시 23세) 씨는 1987년 1월 이곳에서 조사받던 중 물고문을 당하다가 숨졌다.

박 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경찰은 “조사를 받던 박 씨가 갑자기 ‘억’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본보 보도를 통해 고문사실과 경찰 수뇌부들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6월 민주항쟁의 불씨가 됐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영상 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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