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때는 바로 그런 순간. “그 탄생의 미묘한 때”는 하나의 몸이 다른 몸으로 전환되는 시간, 하나의 몸이 스스로 다른 몸으로 솟구쳐 나오는 시간. ‘줄탁’에서 ‘줄’이란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 안에서 껍질을 깨는 것, ‘탁’은 어미가 바깥에서 그 소리를 듣고 껍질을 쪼아 도와주는 것이다. 사랑의 몸이 태어나는 것은, 하나의 몸의 움직임과 그 움직임에 화답하는 다른 몸의 움직임 때문에 가능하다.
그것은 하나의 우주가 탄생하는 일, 죽음을 넘어 하나의 몸이 다시 부활하는 순간. 나는 당신의 몸이 변화하는 황홀한 시간, 당신의 몸과 나의 몸이 화답하고 반응하고 그리하여 다른 몸으로 전환되는 그 뜨거운 순간을 살았다. 혹은 살게 될 것이다. 그 우주적 순간 때문에, 사랑은 영원히 새롭게 탄생한다. 김지하의 깊은 서정시는 그 사랑의 순간을 섬광처럼 예지한다.
이광호 문학평론가·서울예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