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작품엔 양보불가… 세차례나 ‘도장’ 찍을 뻔했죠”

  • 입력 2008년 6월 12일 03시 04분


연극계 명콤비 서재형(연출) - 한아름(작가) 부부

내달 ‘청춘, 18 대 1’공연 앞두고 티격태격 구슬땀

“서로 작품 때마다 ‘이번 공연이 당신과 함께 만드는 마지막 공연’이라고 말해요.”

7월의 기대작 연극 ‘청춘, 18 대 1’을 작업 중인 연출 서재형(38) 씨와 작가 한아름(31) 씨 부부는 최악의 커플 조합이라는 ‘A형 남자와 B형 여자’다.

연극계의 명콤비로 인정받지만 작품 때마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만만치 않다.

2004년부터 손발을 맞춰온 이들은 ‘왕세자 실종 사건’ ‘죽도록 달린다’ 등 독특한 스토리와 새로운 무대 실험으로 연극계를 이끌어갈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연습 때마다 “연필심이 벽에 꽂히고 통곡 소리가 연습실을 채워 수위 아저씨가 올라온다”는 이들은 이번 작품 연습 중에도 “세 차례나 (이혼하려고) 구청에 가려 했다”며 웃었다.

치열한 다툼으로 연습 때마다 배우들을 놀라게 했던 이들은 2006년 겨울 결혼해 다시 한 번 연극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들이 말하는 결혼 사유.

“지나고 보니 내 주변에 한 작가밖에 없더군요.”(서 씨)

“(지금까지 같이 한) 작품들의 저작권이 나에게 있기 때문!”(한 씨)

서 씨는 “한 작가는 ‘직접 화법의 달인’이고 나는 ‘간접 화법의 달인’이다”라며 “이번 공연은 우리의 마지막 공동작품이 될 것”이라고 ‘간접 화법’으로 홍보했다.

‘청춘, 18 대 1’은 1945년 5월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자신도 모르게 독립운동에 휘말리게 되는 청춘 남녀 6인의 좌충우돌 이야기다. ‘청춘, 18 대 1’도 좌충우돌을 강조하기 위한 제목이다.

“남자들이 자신들의 활약상을 이야기할 때 ‘18 대 1로 싸웠다’고 하잖아요. 여기서도 독립운동의 진지함보다는 혈기 어린 청춘의 무모하고 과감한 면을 다루고 싶었어요.”(한 씨)

‘죽도록 달린다’ ‘왕세자 실종 사건’ 등 지금까지 스토리보다는 기발한 미장센(무대에서 등장인물의 배치와 도구 조명 등에 대한 설계)으로 명성을 다져온 서 연출이지만 이번 작품은 스토리를 부각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작 ‘죽도록 달린다’의 대본이 17쪽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80쪽이 넘어요.”(서 씨)

여기에는 한 씨의 ‘한’이 작용했다.

“저는 선배님(서 씨)과의 작업이 재밌었는데 주변에서는 제가 쓰는 대본이 카타르시스도 없고, 메시지도 없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더군요. 그래서 ‘나도 메시지를 전달하고 관객을 울릴 줄도 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기승전결로 짜인 스토리를 갖춘 주류 연극의 틀을 벗어나는 이들에겐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이라는 별칭이 붙어있기도 하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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