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국립오페라단의 ‘예브게니 오네긴’은 콘서트홀에서 무대장치 없이 열린 콘체르탄테 방식의 오페라여서 사전에 주목받았다. 푸시킨 원작 소설을 차이콥스키가 섬세하고도 광활한 스케일의 음악으로 풀어낸 이 오페라는 국내에서 거의 무대에 올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빈국립오페라단의 ‘피가로의 결혼’, 올해 초 국립오페라단의 ‘라 보엠’처럼 콘서트홀에서 오페라를 즐겼던 관객들은 이 공연을 보고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빈국립오페라단은 지휘자 세이지 오자와까지 주연 배우들과 즉흥 연기를 펼치기도 했고, ‘라 보엠’의 경우 극장용 버전의 의상과 연기, 춤까지 소화했기 때문이다.
이번 ‘예브게니 오네긴’의 경우 성악가들이 종교음악 칸타타를 하듯 의자에서 앉았다가 일어서며 악보를 보고 노래를 불러 관객들을 실망시켰다. 러시아어 오페라여서 언어적으로 낯설지만, 평소 자주 하지 않는 오페라인 만큼 오히려 관객과 눈을 맞추며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기량이 아쉬웠다.
악보를 보면서 노래하는 것은 연극배우가 대본을 보면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답답했다. 말러의 교향곡이나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에서 독창자들이 악보를 볼 때 ‘성의 없음’이 느껴지는데 하물며 오페라 무대에서랴.
외국의 경우 콘서트 무대에서도 남녀 가수가 스킨십을 나누며 ‘사랑의 아리아’를 부르기도 한다. 이번 공연에서 베이스 함석헌 씨는 그레민 공작의 아리아 ‘사랑은 젊은 나이에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를 악보 없이 소화해 박수를 받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