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노래에 웃고 ‘쩐’에 울고…

  • 입력 2008년 6월 12일 03시 04분


클래식팬 베토벤 등 익숙한 곡 선호

퓨전국악과 달리 창작곡 수요 적어

서울시향의 상임 작곡가인 진은숙 씨가 진행하는 현대 음악 프로그램 ‘아르스 노바’가 13, 15일 서울 LG아트센터와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다. 각각 ‘이국의 색채’, ‘아메리카’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 음악회에서는 정일련 씨의 ‘앙상블을 위한 글루트’, 진 씨의 ‘피아노 협주곡’ 등 국내 작곡가들의 신작이 발표된다.

국내 클래식 작곡가들은 작품당 작곡료로 얼마를 받을까. 그들의 수입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국내 클래식 작곡가들의 작곡 수입은 1년에 불과 100만∼200만 원. 서울시향에서 연봉을 받는 진 씨는 행복한 편이다. 반면 국악계의 경우 창작 국악의 붐으로 작곡가들의 인기는 상종가.

작곡에 얽힌 돈 이야기, 돈과 관련된 작곡가와 연주자 성악가 사이의 권력 관계를 들여다본다.

○ 생계가 어려운 클래식 작곡가

국내 팬들은 클래식의 경우 모차르트, 베토벤 작품처럼 귀에 익숙한 곡을 선호한다. 국악 부문에서는 종묘제례악 같은 전통 곡보다 창작 국악, 퓨전 국악을 더 좋아한다. 이 때문에 국내 작곡가들에 대한 대접은 클래식과 국악 분야가 크게 다르다.

올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개막 연주곡 ‘젊은 그들’을 작곡한 강은수 씨. 독일 유학 후 여섯 차례에 걸쳐 창작 작품 발표회를 해 온 베테랑이지만 그의 지난해 작곡 수입은 250만 원에 불과했다.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천생연분’의 작곡가인 임준희 씨도 지난해 초연곡이 10개, 연주회만 40회 이상 등 국내에서 가장 바쁜 클래식 작곡가 중 한 명이었지만 연간 작곡료 수입이 1000만 원을 넘지 못했다. 국내 클래식 작곡가들은 작곡료만으로 생계가 불가능하다.

서울 예술의 전당 교향악축제가 지난해부터 매년 3곡의 창작곡(작품당 500만 원)을 의뢰하는 것을 제외하면 국내 클래식계에서 신작 오케스트라 곡 의뢰는 거의 없다. 예술의 전당과 한국작곡가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대한민국 실내악제전’의 경우 실내악을 쓴 작곡가에게 작곡료를 주지 않는다. 심지어 대부분의 작곡가는 악보 제작비용(악보 1페이지에 1만 원)까지 자신이 부담한다. 이 때문에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오케스트라 곡이나 오페라 곡은 악보 제작비가 수백만∼1000만 원대에 이른다. 작곡가들은 “작곡료는 안 받아도 좋으니, 제발 악보 제작비용만이라도 달라”고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 인기 호황의 국악 작곡가

전통 곡보다 신작 수요가 많은 국악계의 작곡가는 인기 상종가. 국립국악원,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경기도립국악단 등은 1년에 30∼40곡의 신작을 의뢰한다. 특히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지난해 국가브랜드 공연 ‘네 줄기 강물이 바다로 흐르네’를 하면서 작품당 작곡료 2000만 원을 주고 4곡의 신곡을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가야금, 해금, 아쟁 앙상블 등 퓨전 국악의 붐으로 창작 국악실내악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다. 1990년대 김영동 원일 씨에 이어 2000년대 들어 김대성 강상구 이경섭 박경훈 씨 등 유명 국악 작곡가들 중에는 영화 드라마 CF 등에서도 러브콜이 쇄도해 억대 연봉의 수입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 해금 연주자인 노은아 씨는 “창작 국악 앙상블은 자기만의 레퍼토리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작곡가를 찾는다”며 “음반 하나 내는 데 1000만 원 정도가 작곡료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양음악을 전공한 작곡가들도 서양음악보다는 오히려 국악계에서 더 많은 작품을 의뢰받는다. 이건용 백병동 이만방 강준일 박동욱 씨 등 서양음악을 전공한 교수와 연주자들도 국악 창작곡을 많이 작곡하고 있다.

○ 작곡가와 연주자의 힘겨루기

소프라노 조수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장영주), 첼리스트 장한나 씨 등 해외에서 각광받는 국내 연주자들의 경우 하룻밤 개런티는 수천 만 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작곡가들의 작곡료는 거의 없다. “작품이 사장되지 않고 연주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알라”는 분위기다. 한국의 작곡가들은 개인 또는 동인들끼리 모여 연주자 섭외와 대관료까지 직접 물어가며 2000만∼3000만 원의 개인비용을 부담해 창작발표회를 한다.

독일에서 활동해온 작곡가 진은숙 씨는 “유럽에는 젊은 작곡가든, 유명 작곡가든 자기 수준에 맞는 발표 무대가 많이 있다”며 “작곡가가 직접 돈을 들여 작곡발표회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작곡가 강은수 씨 역시 작곡가의 창작을 홀대하는 풍토를 지적했다.

“수많은 밤을 새워 고통스럽게 창작해낸 작품이 연주자의 하룻밤 개런티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을 때 정말 자존심 상합니다. 창작 음악을 키우기 위해 모든 음악회에서 현대 곡을 한 곡씩 연주하는 ‘창작쿼터제’를 시행했으면 합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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