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정열의 루비 같은… 냉정한 사파이어 같은

  • 입력 2008년 6월 13일 02시 58분


자우림 7집 앨범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2006년 시종 어두운 정서를 담아 발표했던 록 밴드 자우림(위 사진 )의 6집 ‘애시스 투 애시스(Ashes to Ashes)’는 결과도 우울했다. 그 해 6월 결혼한 김윤아는 아름답고 발랄한 사랑 노래 대신 헤어지는 연인 이야기를 담은 ‘6월 이야기’를 작사 작곡해 들고 나왔다.

일부에선 이것이 대중의 기대에 개의치 않는 자우림의 고집이라고 평가했지만 다른 한편에선 솔직하지 못하다고 깎아내렸던 것도 사실. 창작자의 의중을 가늠하기 힘들게 대중의 기대를 매번 비켜간다는 게 자우림 음악의 강점과 맹점이었다. 어쨌든 그건 자우림의 매력의 하나가 됐다.

올해로 데뷔 11년을 맞이하는 자우림의 7집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도 종잡을 수 없는 앨범이다. 전의 앨범이 기대와는 반대의 색깔로 사람들을 당황케 했다면 이번 앨범은 총천연색으로 포장해 또 다른 방식으로 당황케 한다. 기대를 비켜가는 자우림의 특징 그대로다.

앨범 속 13곡은 우울과 발랄, 냉탕과 온탕, 냉소와 희망을 오락가락한다. 전형적인 자우림 분위기의 곡 ‘오 허니’를 시작으로 한 편의 상큼한 음료 광고 삽입곡 같은 ‘드랍스’, ‘일탈’과 ‘매직 카펫 라이드’를 연상케 하는 ‘러브 락앤롤’ 등이 루비의 열정을 상징한다. 그런가 하면 음침한 록사운드의 ‘더 데빌’과 기타 이선규의 음산한 목소리가 한없이 가라앉게 만드는 ‘푸어 톰’은 사파이어의 냉정을 대변한다.

곡 전체의 변화무쌍함은 타이틀 곡 ‘카니발 아무르’ 안에서도 감지된다. ‘카니발 아무르’는 ‘하하하송’처럼 듣는 것만으로 긍정적인 호르몬이 분비되는 곡. 김윤아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마녀와 소녀를 넘나들며 한 편의 뮤지컬에 출연한 듯 다양한 감정을 연기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팬은 엄마가 된 김윤아가 자우림의 음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궁금할 것이다. 절망에서도 희망을 건져 올리는 듯한 ‘섬싱 굿’ ‘27’이 그 해답이 될까. 한 뼘씩 넓어진 품으로 다양한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준 자우림은 앨범 발매에 맞춰 7월 4, 5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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