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수목원으로 흔히 부르는 국립수목원이 지난달 31일부터 토요일에도 개방한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수목원이지만 평일에만 개방해 직장인의 접근이 쉽지 않았던 곳.
이제 매주 토요일도 개방돼 주말 가족나들이를 할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늘었다.
1987년 문을 연 국립수목원은 1994년 이후 매년 100만 명이 넘는 입장객으로 숲의 환경이 손상되자 평일에 한해 사전 예약한 5000명만 입장시켜 왔다. 토요일에도 갈 수 있게 된 국립수목원 즐기는 법을 소개한다. 》
11년만에 토요일에도 일반개방
● 15개의 정원에 3344종의 식물
국립수목원에는 볼거리가 많다.
1469년 조선 세조가 자신의 능을 정하면서 주변 지역을 왕릉을 지키는 능림으로 지정해 수백 년간 엄격히 보호되고 관리돼 온 덕분이다. 광릉 숲은 일제강점기의 수탈과 6·25전쟁의 포화에도 거의 훼손되지 않았다.
서식하는 식물은 약 800종이나 된다. 수목원 안에 조성된 15개의 정원에는 3344종류의 식물이 심겨져 보존되고 있다.
여름의 수목원은 청소년들이 자연을 배우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우린 숲으로 간다’의 저자인 산림학자 이유미 박사는 “여름에 광릉 숲에 오면 나무들이 잎을 모두 달고 있어 식물 공부하기에 아주 좋다”고 말했다.
여름의 수목원이 ‘학습용’으로만 좋은 것은 아니다.
6월부터 8월까지는 삼림욕을 하기에 가장 좋다. 1년 중 나무의 생육이 가장 활발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푸른 숲을 거닐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도시 생활에서 쌓인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지게 된다.
● 곤충사육교실 등 체험학습 다양
수목원하면 산책과 휴식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국립수목원에는 의외로 즐길거리가 많다. 수목원은 산림문화 체험강좌와 어린이 녹색수업을 운영한다.
‘산림문화 체험강좌’로는 요일별로 꽃 누르미 체험(화요일), 한지 뜨기(수, 토요일)와 환경 비누 만들기(목, 토요일), 전통 목공예(금, 토요일) 등이 열린다.
한지 뜨기는 옛 방식대로 전통 틀로 한지를 만들어 보는 체험이고, 꽃 누르미는 꽃을 눌러서 가구에 붙이거나 열쇠 고리 등을 만드는 놀이다.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녹색수업’은 눈을 가리고 만져 본 나무를 다시 찾아보는 ‘내 나무 찾기’와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귀중한 숲 속의 보물을 담아오는 게임 형식으로 진행돼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산림 관련 전공자가 교사가 돼 반 단위로 학생들을 인솔한다. 이 수업은 1년에 1만5000여 명이 등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여름방학 때는 곤충을 직접 만지고 표본도 만들어 보는 ‘곤충사육교실’도 열린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 나들이라면 산림박물관을 놓칠 수 없다.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아름다운 사계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숲’, 숲의 역사와 사람이 숲을 이용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산림과 인간’, 세계 여러 나라의 나무들이 모여 있는 ‘세계의 임업’, ‘한국의 임업’, ‘한국의 자연’ 등이 다섯 개의 전시실에 나눠 전시되고 있다.
반달곰이 사는 동물원과 식물원도 있지만 당분간은 관람할 수 없다. 동물원은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문을 닫고 식물원은 새 식물원이 문을 여는 8월부터 관람할 수 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 봉선사-카페마을 등 주변 볼거리 풍성
수목원뿐만 아니라 그 주변도 좋다. 광릉 내를 지나 수목원에 이르는 코스 또는 의정부나 포천을 지나 수목원까지 가는 길은 키가 큰 나무들이 양 옆으로 빽빽이 늘어서 드라이브 코스로 환상이다. 오래된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길이 좁아지는 곳이 중간 중간에 있고 가끔 동물들이 길을 가로 질러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고려 때 법인국사에 의해 창건된 봉선사도 좋은 볼거리다. 조선 세조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그의 왕비 정희왕후가 기존 운악사를 중창한 곳이다. 봉선(奉先)이란 말은 선조를 받든다는 의미다.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고모리 카페마을에는 시 낭송회를 여는 전통 찻집을 비롯해 각종 이벤트 무대로 꾸며진 카페가 즐비하다. 주엽산과 고모산을 한편에 끼고 올라앉은 산성부터 저수지에 걸쳐 수십 개의 레스토랑이 밀집돼 있다.
광릉내 방면에서 출발할 경우 1km 정도 들어가면 메기 매운탕, 산채 비빔밥 등을 내놓는 한식전문 식당들이 많다.
주변에 자동차극장도 마련돼 있어 드라이브 후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 찾아 가는 길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전철 의정부역(1호선)에서 내려 시외버스 21번을 타면 된다. 서울 강남에서는 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퇴계원 나들목에서 빠져 나와 국도 47호선으로 가면 빠르다. 진접을 지나 지방도 314호선으로 빠지면 수목원 이정표가 보인다. 가는 길에 세조의 능인 광릉이 보인다. 이곳에서 700m 정도만 더 가면 수목원이다. 서울 강북에서는 의정부에서 포천으로 이어지는 국도 43호선을 따라가다 축석검문소에서 우회전. 지방도 314호선을 타고 직동리 삼거리를 거쳐 수목원에 도착한다.
포천=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국립수목원 나들이 알아둘 점▼
5일전 예약 필수… 대중교통 이용을
국립수목원은 여느 놀이공원이나 유원지와는 다른 점이 많다. 방문객 편의보다는 숲을 지키는 것을 으뜸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공휴일과 일요일은 문을 닫고 화요일∼토요일만 개방한다.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방문 전에 인터넷 홈페이지(www.kna.go.kr)나 전화(031-540- 2000)로 예약해야 한다. 하루 방문객이 5000명이 안 되면 전날에도 예약이 가능하지만 요즘 같은 성수기는 5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수목원 정문에서 사정하면 들어가겠지’ 하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입장료는 어른은 1000원, 청소년은(만 13세∼만 19세) 700원, 어린이(만 7세∼만 12세)는 500원이다. 만 60세 이상, 만 6세 이하 및 장애인은 무료다.
주차료는 승용차는 3000원, 경차는 1500원. 하지만 토요일에는 장애인 차량과 36개월 미만 유아를 태운 차량 등 일부 승용차 외에는 수목원 앞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다.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단체 관람객이 많은 평일과 달리 승용차를 이용하는 가족 나들이객이 대부분이어서 주차장이 혼잡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수목원 인근에 주차하고 입장할 수는 있지만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 줄 것을 수목원 측에서는 권장한다.
수목원 안에는 음료 외에는 음식물을 파는 곳이 없다. 그 대신 간단한 도시락을 가져갈 수 있고 지정된 장소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애완동물, 식물·곤충채집 도구, 자전거, 운동기구(공, 라켓 등), 술, 쓰레기가 많이 생기는 수박 등의 과일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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