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강제합방 조약이 발표돼 일제 강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10년. 이 책은 그로부터 10년간 일제강점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 생활고, 생활상의 변화를 당시 발행된 ‘매일신보’의 기사로 꼼꼼히 살핀 책이다.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인 저자는 일제 강점 직후 불안감으로 인해 전국에 떠돈 흉흉한 소문, 단순히 풍문과 불안에 그치지 않고 의병운동, 비밀결사, 독립운동단체의 결성 등 항일운동으로 발전해 갔던 1910년대의 사회상을 다양한 주제로 풀어냈다.
도시 생활의 변모뿐 아니라 공연, 기생문화의 인기, 물가고로 인한 생활난, 조세저항, 국권회복운동 등 ‘암흑기’로 불렸던 1910년대를 세밀한 눈으로 들여다본다. 저자는 ‘소문과 풍설’ 등 13가지 주제로 나눠 매일신보 기사를 싣고 주제별로 해제를 달았다.
매일신보는 1900년대 초 대표적 민족지 ‘대한매일신보’의 후신이지만 1910년대 조선총독부의 기관지였다. 저자는 “편향된 시각과 조작 의도를 경계해야겠지만 1910년대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데는 충분하다”고 봤다.
이어 물가 폭등으로 생활고가 심각해지면서 동맹 파업, 임금 인상 요구가 격렬해진다. 당시 옷감, 염료, 철물, 유리 등의 가격이 2배나 올랐다. 주택 시세도 올랐고 1917년에는 가뭄 때문에 흉년이 들었다.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쌀 가격도 폭등해 월수입 30원 이하의 가정에 쌀을 시가보다 싸게 파는 염매소에서 경관에게 군중이 돌팔매질을 하는 등 시위가 격렬해진다.
이 밖에도 거의 매일 신문에 실린 이혼과 본부(本夫·본남편) 살해 사건, 갑자기 생겨난 성병과 신경쇠약 치료제 광고, 부랑자라는 죄목으로 검거된 사람들이 쇠고랑을 찬 채 시내 청소에 동원되는 당시 사회상이 눈앞 일처럼 펼쳐진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