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도 언론으로서 책임” 커지는 목소리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최근 3년간 언론중재소송 5분의 1이 인터넷 관련

최근 한 포털사이트 자유 토론방에는 ‘폭력 전의경 신상리스트 업데이트’라는 글이 올라왔다. 촛불시위 진압과정에서 시민을 폭행한 전의경이라며 14명의 이름과 출신학교 등 개인정보가 적혀 있었다. 경찰이 이 글을 작성한 30대 남성을 붙잡아 조사한 결과 인터넷에 떠도는 전의경들의 개인정보를 짜깁기해 만든 허위글로 밝혀졌다.

최근 포털사이트에는 촛불시위와 관련해 5월 17일 휴교설, 폭력시위자들의 경찰 프락치설, 개그우먼 정선희 씨에 대한 비난 등 자극적인 정보들이 흘러 다니며 여론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만 허위 정보에 대한 책임 소재는 모호하다. 포털사이트 운영자들은 “포털은 권력이 없다. 포털은 다양한 누리꾼들의 여론을 손쉽게 전달하는 창구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중재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최근 3년간 언론소송 사건판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중재 소송 중 인터넷 관련 소송이 19%나 차지했다. 9건의 포털사이트 관련 소송에서도 법원은 여론 왜곡과 개인의 명예훼손에 ‘포털의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했다.

서울남부지법은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오보기사를 그대로 전재한 네이버를 상대로 한 소송(2006년 9월 8일 선고)에서 “포털사이트 운영자가 기사의 진실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의 여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언론사와의 내부에서 책임의 분담을 정할 때 주장할 사유이지, 허위기사로 인해 피해를 본 원고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익명의 블로그의 글이 인터넷 공간에 대량 유포되는 데에는 포털사이트의 운영자가 베스트 글, 추천 글 등의 명목으로 눈에 잘 띄는 곳에 이러한 글을 배치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재 언론으로 인정되지 않는 포털사이트까지 언론중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9월 정기국회에서 추진할 계획이다.

양재규 변호사는 “포털사의 정보 취사선택과 편집, 배치 행위는 언론과 유사한 ‘게이트키핑 권력’이라고 볼 수 있다”며 “포털과 블로그에 대해서도 최소한 인터넷 신문 수준의 언론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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