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은 인류가 하나임을 보여주는 것”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6분


공공조형물 ‘망치질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미국 조각가 조너선 보로프스키(66)가 작은 인체 모형을 연결해 조형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공공조형물 ‘망치질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미국 조각가 조너선 보로프스키(66)가 작은 인체 모형을 연결해 조형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공공조각 대가 보로프스키 베이징 ‘표 갤러리’서 개인전

사람이 모여 꽃을 이루고 나비가 된다. 또 손에 손을 잡고, 서로가 서로를 받쳐주면서 하늘을 향해 치솟은 신비로운 형상이 탄생한다. 색색의 인체 모형으로 완성한 조형물 속에 설치된 빛이 어우러지면서 벽과 바닥에 매혹적인 그림자들이 일렁인다.

14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최대 예술특구 다산쯔(大山子)에 새로 문을 연 ‘표 갤러리 798’과 2006년부터 운영 중인 ‘표 갤러리 베이징’에서 동시에 개막된 미국 조각가 조너선 보로프스키(66)의 개인전에서 만난 ‘휴먼 스트럭처’ 시리즈의 작품들. 노랑 파랑 빨강 등의 투명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든 남녀의 인체 모형을 조립한 조형물과 드로잉, 비디오작업을 선보이는 이 전시는 보로프스키의 ‘피플 타워’가 베이징 올림픽 조각공원에 설치되는 것을 계기로 열렸다.

이날 개막식에서 만난 보로프스키는 “우리는 모두 인간이란 점에서 하나로 연결돼 있다. 내 작품은 전 세계 인류가 똑같은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두려움이 자신을 지나치게 보호하려는 마음으로 이어지면서 남을 받아들이지 않고 나와 다른 생각을 거부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공유한다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체 조형물에 빛을 보탠 이유도 바로 이 같은 기원의 마음을 담고자 한 것.

공공조각의 세계적 대가인 보로프스키의 작품은 한국인에게 친숙하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 앞에 설치된 키 22m의 ‘망치질 하는 사람’이 도시의 표정을 유쾌하게 바꾸는 대표적 공공조형물로 사랑받고 있어서다. 8월이면 그의 또 다른 대표작 ‘하늘로 걸어가는 사람’이 서울 강서구청 사거리 ㈜귀뚜라미 본사 앞에 등장할 예정이다.

이렇듯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서는 작업이지만 그 안에는 작가의 심오한 사색이 담겨 있다. “음양의 원리처럼 서로 다른 것이 모였을 때 더 위대한 삶의 에너지가 나옵니다. 남과 여, 심장의 수축과 확장, 우뇌와 좌뇌, 디지털 신호처럼 모든 존재는 조화와 균형을 찾고자 하거든요.”

보로프스키의 공공조형물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의 작업은 늘 사람을 향해 열려 있고 ‘사람이 희망’임을 침묵으로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베이징=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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