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천제단은 산 정상의 천왕단을 중심으로 자연석을 쌓아 만든 3기의 제단으로, 국가지정 문화재로 보호·관리되고 있다. 태백산은 민족의 영산으로서 삼국사기(三國史記)를 비롯한 여러 기록에서 신산(神山)으로 여겨 제천의식의 장소가 됐음을 밝히고 있다. 천제단 역시 이런 제를 올리기 위해 만든 단이다. 제단을 세운 시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부족국가 시대부터 이곳에서 천제를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오늘날에는 매년 개천절에 하늘에 제사를 지냄으로써 국가의 태평, 안정과 번영을 기원하는 동제의 장소로 이어지고 있다.
천제단은 오랜 세월 민족의 영산에서 정신적인 뿌리로 존재해 왔기 때문에 더 신성시해야 하며 아울러 성역화할 필요가 있다. 제천의식 또한 오랜 기간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우리의 중요한 민속자료이므로 원형 발굴과 보존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 축제의 장 내지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비슷한 경우로 유·무형이 함께 어우러진 종묘의 정전과 제례악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다
문화재는 재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민족의 얼이요, 한 나라 정신문화의 결정체이다. 문화유산을 대하는 태도는 그 나라의 수준을 보여준다. 결코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닐뿐더러 특정인의 종교적 신념이나 이념에 의해 파괴되거나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회에 대한 불만의 표출 대상으로 문화재가 파괴되거나 특정 이념에 의해 훼손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최근의 예만 보더라도 창경궁 문정전과 숭례문 방화사건, 천제단 훼손 등 국민에게 커다란 고통과 충격을 준 파괴행위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행해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화재 훼손행위는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해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법에 의한 처벌에 앞서, 근본적으로 우리의 정신적 표상이자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대상으로 문화재를 인식해 소중히 관리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김갑륭 문화재청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