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44>水流心不競, 雲在意俱遲

  • 입력 2008년 6월 19일 02시 56분


競(경)은 競爭(경쟁)이나 競走(경주)처럼 다투다 또는 겨루다의 뜻이다. 競演(경연)은 예술 공연을 경쟁하는 것이고, 競艶(경염)은 여자의 아름다움을 겨루는 것이다. 競落(경락)은 競賣(경매)에서 落札(낙찰)됨을 뜻한다. 競心(경심)은 이기려는 마음이다.

在(재)에는 머물다의 뜻도 있다. 意(의)는 생각이나 의도이다. 心(심)과 音(음)을 합한 會意字(회의자)로서, 말소리를 살펴 마음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여기선 앞 구절의 心(심)과 짝이 되며 같은 뜻이다.

俱(구)는 함께 또는 모두의 뜻이다. 玉石俱焚(옥석구분)은 옥과 돌이 함께 탄다는 뜻으로, 악인과 선인이 같이 재앙을 당하는 것을 일컫는다. 옥과 돌이 같이 부서진다는 뜻으로 玉石同碎(옥석동쇄)라고도 한다.

遲(지)는 더디거나 느리다 또는 굼뜨고 둔하다의 뜻이다. 遲速(지속)은 더딤과 빠름이며, 遲攻(지공)은 느린 공격이다. 遲鈍(지둔)은 굼뜨고 둔하거나 녹이 슬어 무딤을 뜻한다. 遲遲不進(지지부진)은 굼떠서 도무지 나아가지 못함을 뜻한다. 늦다 또는 늦추다의 뜻도 있다. 遲刻(지각)은 정해진 시각에 늦는 것이고, 遲延(지연)은 늦춤 또는 늦어짐이다. 遲滯(지체)는 때를 늦추거나 질질 끎을 뜻한다.

작자는 분주히 흘러가는 강물을 보면서 다툼과 서두름의 헛됨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또 떠 있는 구름을 보면서 그 느릿느릿 여유로움을 닮고자한다. 우리는 복잡한 현실 속에서 때로 무엇을 위해서인지도 잊은 채 서두르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삶 자체도 그처럼 서둘러 지나가는 것은 아닐까? 다행히 눈여겨보면 느림의 의미는 도처에서 깨우칠 수 있다. 唐(당) 杜甫(두보)의 ‘江亭(강정)’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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