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부르심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에 남은 생을 바쳤던 바오로 사도처럼 세상의 온갖 좋은 것을 다 뿌리치고 하느님께서 주신 거룩한 직무를 위해 자신을 바치려는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올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성품성사(聖品聖事·사제 서품식)가 27일 오후 2시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다. 하느님의 성소(聖召·거룩한 부르심)를 받고 10여 년 동안 수행해 온 젊은 부제(사제 후보) 19명이 정진석 추기경에게서 성품성사를 받고 새로운 사제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들의 나이는 30세 안팎.
사제 서품식은 세례(洗禮), 견진(堅振), 성체(聖體), 고해(告解)성사 등과 함께 가톨릭 7대 성사 중 하나다. 특히 장엄하고 성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가톨릭 행사의 정수로 꼽힌다. 서품식을 관람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올해 서품식엔 1만50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품식은 사제가 될 사람들이 제의(祭衣)와 촛불을 들고 입장하면서 시작돼 엄숙한 분위기에서 3시간 동안 이어진다.
눈길을 끄는 장면 중 하나는 새 사제들이 바닥에 엎드려 기도를 올리는 부복(俯伏) 기도. 스스로 비천한 사람이 되어 하느님을 경배하고 하느님께 봉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 부족함을 하느님이 채워주길 바라는 간절한 청원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부복 기도는 10여 분 동안 진행된다.
새 사제들을 영적으로 돌봐준 ‘아버지’ 신부들이 제의를 입혀주는 착의식, 새 사제들의 손에 대한 축성식(祝聖式), 성작(聖爵)과 성반(聖盤) 수여식도 흥미롭다.
축성에 사용하는 성유(聖油)는 크리스마 성유로, 올리브기름에 향유를 섞은 것이다. 이 성유는 정신적 자양분과 은총의 빛을 상징한다. 빵과 포도주가 담긴 성작과 성반을 수여하는 것은 새 사제들이 하느님께 미사를 봉헌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서품식의 마지막은 참석자들에 대한 새 사제들의 하느님 강복(降福) 기원. 서품식을 주관하는 주교단, 선배 사제, 신자와 관람객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새 사제들의 강복을 받는다.
이렇게 탄생한 19명의 젊은 사제는 29일 오전 소속 본당에서 첫 미사를 집전하게 된다. 26일 오후 2시엔 같은 장소에서 부제 서품식이 열린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