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인간답게 살’ 공간을 위하여

  • 입력 2008년 6월 21일 03시 00분


◇집을 생각한다/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정영희 옮김/152쪽·1만5000원·다빈치

좋은 집이란 어떤 집일까.

소문난 학원이 있는 동네로 진출하는 것과 아파트 평수 늘리기를 과제로 삼고 살아가는 현대 한국의 도시인에게는 한가한 질문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바득바득 마련한 집에서, 나와 가족은 얼마나 행복할까.

주거공간을 돌아보는 것은 행복의 방법과 도구에 대한 기본적이고 절실한 고민이다. 일본대 주거공간디자인 교수이며 30년 이상 주택 디자인에 전념해 온 저자는 좋은 집이 갖춰야 할 열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것, 내부 구획이 지나치게 자잘하지 않을 것, 고요히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여유 공간을 가질 것, 공간 활용에 아기자기한 잔재미를 살릴 것, 실용적이면서 맵시 있는 가구를 쓸 것, 빛을 적절히 끌어들이는 공간일 것….

하나같이 당연한 듯하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건축가나 사용자에게 쉽지 않은 조건들이다. 독자에 따라 일부 동의하기 어려운 의견도 있을 것이다. 특히 불을 피울 벽난로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의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하지만 일상에서 생각하는 집(또는 집값)에 대한 팍팍한 생각을 누그러뜨리고 인간다운 공간에 대한 상념에 잠겨 볼 계기로 삼기에는 넉넉하다. 책머리에 인용한 소설 ‘키다리 아저씨’ 주인공의 이야기는 주거환경에 대해 저자가 가진 시선의 온도를 느끼게 한다.

“…이곳은 아이를 키우기에 최고로 훌륭한 집이에요. 숨바꼭질하기 딱 좋은 캄캄한 구석도 있고, 비 오는 날 틀어박혀 놀기 좋은 다락방도 있어요.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엄청나게 넓은 주방도 있고요. 이런 집을 보면 누구든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거예요.”

안도 다다오, 루이스 바라간, 필립 존슨, 루이스 칸 등 유명 건축가의 주택 작품을 보여 주며 주관적 성찰에 갇히지 않으려고 한 노력도 눈에 띈다.

‘좋은 집’이라는 주제를 놓고 추구한 건축가들의 이상향은 제각각 다르다. 독자는 그 차이를 훑어보며 좋은 집과 주거공간에 대한 정답이 따로 없음을 자연스레 짐작하게 된다.

“매일매일 생활하는 집 어딘가에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장소를 만드는 것. 혹은 그런 장소를 찾아내고자 시도하는 것.” 건축을 완성하는 주인공은 건축가가 아니라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임을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