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두 사람은 ‘열쇠와 자물쇠’ 같다. 세상 수많은 자물쇠 가운데 단 한 개의 자물쇠만이 이 열쇠로 열 수 있으니까. 하지만 가끔 열쇠가 없어지기도 하고, 자물쇠가 막히기도 한다.
어떤 두 사람은 ‘낮과 밤’처럼 서로 엇갈린다. 낮이 오면 밤은 물러가고, 밤이 오면 낮은 사라져 버린다.
‘관계’의 문제는 철학적이다. 이 그림책은 저자가 그린 상징적인 그림과 간결한 언어를 통해 관계의 다양성을 인상적으로 보여 준다. 사랑하고, 헌신하고, 다투고, 미워하는, 하지만 동행하고 어울려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수없이 많은 은유로 드러난다.
드넓은 바다에 사람의 얼굴 모습을 한 섬 두 개가 그려진 그림을 보자. 섬에 흘러내리는 계곡과 강이 핏줄과 뇌수 같다. 이마며 볼에 난 초목들은 각자의 기억, 상처, 일상의 모습을 보여 주는 듯하다. 나란히 난 두 창으로 서로 다른 풍경이 내다보이는 그림을 보다 보면 사람들은 함께 있어도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어떤 그림들은 달리나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작품처럼 기묘하면서도 사색적이다.
함의가 풍부한 그림과 글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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