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日 정한론자의 눈 조선을 정탐하다

  • 입력 2008년 6월 21일 03시 00분


◇조선잡기/혼마 규스케 지음·최혜주 역주/324쪽·1만3000원·김영사

“조선의 풍운이 정말로 급박하다!”

19세기 말, 일본의 조선 전문가 혼마 규스케라는 사람은 조선 견문록을 남겼다. ‘조선 잡기’다. 1894년 일본 신문 ‘이륙신보’에 두 달에 걸쳐 실렸던 이 글에는 조선 침략의 첨병으로서 그가 보고 듣고 느낀 조선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정치적 목적으로 쓴 견문록인 만큼 조선의 정세 분석과 조선을 비하한 의식이 눈에 띈다. 사서에 대한 기록을 소개하며 “조선은 진정으로 독립한 적이 없다”거나 경제 문제의 안이함을 가리켜 “조선인은 단순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이제는 기백이 완전히 죽었다” “조선의 무예는 궁술만 남았다”며 침략에 대한 야욕을 한껏 부추기기도 한다.

메이지유신으로 ‘개화’된 문명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드러낸다.

“조선 사람은 구걸 근성이 있다”며 조선인들이 자신의 안경, 담배, 연필 등을 탐내며 ‘요구’하는 장면을 세세히 묘사하는가 하면, “한인의 가옥은 거의 돼지우리라고 평할 만하다”고 비웃는 모습도 있다.

새겨들을 만한 쓴 소리도 있다. “조선인들은 한글처럼 교묘한 문자를 가지고 왜 고생스럽게 어려운 한문을 사용하는가. 이해하기 어려운 바이다.”

정치적 시각을 떼 내면 우리도 몰랐던 19세기 조선의 흥미로운 모습도 찾을 수 있다.

“조선인이 참외 수박을 좋아해 참외 수박이 익었을 때는 쌀 시세가 떨어진다.” “역병에 걸린 소는 인가에서 떨어진 강가에 데려가 생사를 하늘에 맡긴다.” “조선 아동의 유희는 주로 도박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돈을 주고 완구를 사는 것은 그들이 하는 것이 아니다.”

한일강제합방을 앞두고 일본인들의 조선 인식이 어땠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자료지만 잊혀진 풍습들에 대한 고증 자료로서도 읽어볼 가치가 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