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들 고달프고 비루하지 않을까. 하루하루 벌어먹고 살기에 바쁜 도시 노동자들의 삶이나 생기와 동력을 잃은 농사꾼들의 하루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문명 비판적 시선이 뚜렷한 이 시집은 전반부(베드타운)에서는 도시 노동자들의 일상을, 후반부(자연부락)에서는 농촌의 풍경을 다룬다. ‘낙지집’ ‘유모차’ 등은 길에서 지나치거나 식당에서 무심코 마주쳤을 법한 이들의 모습을 풍속화한 장면처럼 섬세하게 잡아냈다. ‘고자질’ ‘미장가’ 등에선 무료하고 침울한 농촌의 하루도 생생히 읽힌다. 시에 담긴 우리의 모습을 보노라면 자연스레 현대사회의 방향성을 묻게 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