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신화의 괴물 미노타우로스. 해신(海神)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산 미노스 왕의 왕비가 낳은 반인반수의 괴물. 괴물은 미로에 갇히고 왕은 매년 아테네의 소년 소녀들을 제물로 바친다.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는 크레타 왕녀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 괴물을 물리친 다음 무사히 미로를 빠져나온다.
이 흥미진진한 신화의 무대가 실제로 확인된다면? 유적에서 드러난 신화의 비밀을 하나하나 맞춰 보는 동안 잠시나마 지루한 세상사의 스트레스가 절로 날아갈 것이다.
20세기 초 크레타 문명의 중심지 크노소스 궁전을 발견한 영국 고고학자 아서 에번스(1851∼1941) 경은 이 같은 꿈을 꿨다. 그는 유적에서 발견된 몇 가지 증거를 신화와 연결해 그곳이 미노타우로스를 가둔 전설의 왕궁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미노스 문명이라 불렀다.
후대 고고학자들은 이곳이 크레타 문명의 왕궁 도시는 맞지만 연대 등으로 볼 때 미노스 왕 신화와 관련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에번스 경의 주장은 비록 공상에 불과했지만 그의 고고학적 발견은 고대 문명의 비밀을 한 꺼풀 벗겨냈다.
1991년 알프스 빙하 3200m 고도에서 황갈색의 인간 시체가 발견됐다. 워낙 형체가 잘 보존돼 오래된 시체일 거라고 생각지 못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난다. 시체 옆 도끼의 연대가 5000여 년 전이었던 것. 신석기시대다. 5000년 전 인류의 조상이 시간을 뛰어넘어 현대 인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아이스맨은 동물 털과 피, 조직, 꽃가루 흔적을 간직했고 창자에선 사슴, 염소고기가 발견됐다. 타임캡슐이었다. 그가 영양실조로 고생했다는 점이 밝혀졌고 왼쪽 어깨에 화살촉 흔적이 있지만 아직까지 아이스맨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수수께끼다. 이처럼 고고학은 끝없이 호기심을 갖게 한다.
책 전반부는 고대 이집트 아부심벨 신전을 발견한 조반니 벨초니(1778∼1823), 트로이 유적을 찾아낸 하인리히 슐리만(1822∼1890) 등 18∼20세기 고고학자 46명을 소개한다. 후반부는 전 세계에 걸친 고고학 유적지 80여 곳에 대한 이야기다. 500여 장의 사진이 가미된 고고학의 백과사전이다. 원제 ‘The Encyclopedia of Archaeology’(2007년).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