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정보 홍수… 新중세암흑기 올수도”

  • 입력 2008년 6월 21일 03시 11분


‘주의력 분산’ 저자 美 매기 잭슨 e메일 인터뷰

《“오늘날 평균적인 지식 근로자들은 3분마다 집중하는 대상이 바뀐다. 한번 주의력을 잃었다가 원래 했던 일을 다시 시작하기까지는 30분 가까이 걸린다. 이 같은 주의력 산만은 사회에 큰 비용이 될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달 초‘주의력 분산(Distracted)’이라는 책(사진)을 펴낸 매기 잭슨 씨는 미국에서 디지털 정보 부작용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다. 부제가 ‘주의력의 침식과 다가오는 중세시대’인 이 책에서 그는 “주의력 산만현상이 지금처럼 진행되면 문화적 사회적 손실로 이어져 신(新)중세시대로 들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전역을 다니며 책 홍보행사를 열고 있는 잭슨 씨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주의력에 대한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컴퓨터, 휴대전화 등 기술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의 정보 과부하가 ‘주의력의 힘’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죠. 우리가 이미 주의력의 적정 용량 한도를 넘어섰다는 뜻입니다.”

―직장 내에서 디지털 정보 홍수에 따른 주의력 산만 현상이 심각합니까.

“상시적으로 주의력 산만에 시달리고 집중할 시간이 부족한 근로자들은 스트레스와 압박을 더 받게 됩니다. 주의력 산만이 상시화된 직장은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경영전문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최근 근로자들이 집중이 잘된다고 느끼지 못할 때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실었습니다.”

―주의력 분산 현상은 최근에 유독 악화된 것인가요.

“인간은 선천적으로 주변의 자극에 반응하도록 돼 있습니다. 우리가 외부 환경변화에 맞춰 살 수 있는 것도 이런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변의 모든 정보기술(IT) 기기들이 경쟁적으로 우리의 주의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휴대전화, 컴퓨터, 개인휴대정보기(PDA)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수백 년 전 전보, 영화, 기차, 비행기 등이 출현했을 때에도 전통적인 시간 및 공간개념이 통째로 흔들렸습니다. 최근 새로운 IT 기기들이 속속 도입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돼 온 ‘주의력 산만’의 문화가 선을 넘은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새로운 도구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천천히 살아가는’ 방법과 정적의 의미를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주의력 산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들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IBM의 경우 매주 금요일에는 e메일과 회의를 줄이자는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방을 따로 업무 공간으로 설치해 운영하는 회사도 있죠.”

―멀티태스킹(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 능력을 키우는 것도 주의력 산만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까.

“두뇌는 집중 대상이 바뀌면 추가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멀티태스킹은 업무속도를 저하시킵니다. 더욱 위험한 것은 멀티태스킹이 깊은 학습을 방해한다는 점입니다. 멀티태스킹 능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절대로 한 가지 일에 집중해서 하는 만큼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집중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흔히 간과되는 사실 중 하나는 우리가 서로에게 불필요한 메시지를 마구 보내 상대방의 주의력 산만을 초래한다는 점입니다. 평균적인 근로자는 하루 158통의 e메일을 받습니다. 인스턴트 메시지와 전화, 팩스 등도 끊임없이 받습니다. 우리는 불필요한 e메일이나 메시지를 줄이면서 의사소통을 적절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개인 차원에서 주의력 산만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일을 하다가 텔레비전 등 다른 곳에 주의력을 빼앗기는 것에 익숙해 있어 이제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한다는 게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부분적으로만 집중하는 나머지 우리가 맺는 ‘관계’의 깊이와 질까지 떨어집니다. 상대방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 것은 ‘당신은 내 귀중한 시간을 들여서 들어줄 만큼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여러 가지 통신수단으로 연결돼 있지만 깊은 관계에선 갈수록 고립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긴 대화를 하는 것을 배워야 하며, 때론 앉아서 침묵의 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합니다. 특히 자라는 세대인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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