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 협박-기업 업무방해 정도 지나쳐”

  • 입력 2008년 6월 21일 03시 11분


■ 검찰 ‘광고중단 압박’ 수사 배경

“소비자 운동 차원 아닌 범죄행위 수준

허위사실 유포-비방 글 명예훼손 소지”

법무부와 검찰이 20일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의 광고주들을 상대로 광고 중단을 압박하는 누리꾼들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은 이들의 행동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누리꾼이 광고주를 협박할 뿐만 아니라 주가까지 떨어뜨리겠다고 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며 “최근 기업인들도 잇달아 문제 제기를 하고 있어 누리꾼들이 일부 반발하더라도 법무부와 검찰이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의 관계자는 “소비자 운동 차원의 일반적 행위를 단속하는 게 아니라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업무방해 등의 범죄 행위를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광고 중단 강요 행위는 그 수위에 따라 폭언이나 협박을 하지 않고 단순한 소비자의 의견 표현에 해당할 때는 형사 처벌이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의 도를 넘은 행동은 형법상 협박이나 업무방해, 신용훼손,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으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검찰 일각의 시각이다.

협박죄 등이 반의사불벌죄여서 고소 고발 없이 일단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뒤 형사처벌 단계에서 신문사와 기업체의 처벌 의사를 묻는 형식으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특정 신문사에 광고를 주면 불매운동을 하겠다’ ‘주가를 떨어뜨리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재산상의 피해를 주겠다며 기업의 자유로운 행위에 제약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협박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단순히 인터넷 공간에 ‘어느 신문에 광고를 주면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게재한다면 형사 처벌이 어렵겠지만 명예훼손적인 내용을 추가했다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누리꾼이 한 기업체를 집단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무형의 위력이라고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여러 사람이 기업체에 수십∼수백 번씩 전화를 걸어 신문사에 광고를 중단하라고 하는 바람에 업무에 지장이 생겼다든지, 광고 중단을 요구하면서 홈페이지에 광고주 기업이나 신문사를 공공연히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썼다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신문사에 광고를 게재한 기업체에 전화를 하거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릴 때 허위사실이나 비방의 글을 올렸다면 해당 기업이나 언론의 명예를 훼손한 책임도 물을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0월 빌라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던 모 건설사 사장에게 접근해 “부실 공사라고 소문을 퍼뜨리고 조합원들의 싸움을 조성해 민사소송에 휘말리게 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가정주부 김모(53)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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