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바람둥이를 주인공으로 한 돈조반니는 모차르트풍의 코믹과 복수, 여기에 약간은 노골적인 권선징악을 버무려 넣은 오페라다. 돈조반니를 중심으로 아버지를 돈조반니에게 잃은 돈나 안나와 돈조반니에게 배신당한 비운의 여인 돈나 엘비라, 그리고 순박한 시골처녀 체를리나의 이야기가 쉼표없이 흘러간다.
이날 공연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돈조반니의 ‘방자’ 레포렐로(차정철)와 체를리나(윤정인)였다. 두 사람은 밋밋해지기 쉬운 스토리 라인에 활력과 재미를 불어넣어 준 일등공신이었다. 돈조반니의 노래에 맞춰 ‘립싱크’를 하던 레포렐로와 연인 마제토에게 애교를 부리며 용서를 비는 체를리나의 모습은 잊기 어렵다.
반면 일부 관객들의 관람매너는 지탄받을 만한 것이었다. 어수선한 분위기로 인해 공연에 집중하기 힘겨웠고, 심지어는 공연 내내 휴대폰 불빛을 비춰가며 대본을 읽는 사람도 있었다. 오페라는 즐기는 공연이지만, 다른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예의이기 전에 의무일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