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시작됐다. 주말의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데 비 때문에 주말 계획을 짜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럴 때는 눈을 실외가 아닌 실내로 돌려보면 어떨까. 이번 주는 경기도 부천시 상동에 위치한 타이거월드의 실내 스키 즐기는 법을 소개한다.
● 한여름에 즐기는 자유, 실내 스키&스노보드
한여름 실내에서 보드복으로 갈아입으니 숨이 막힐 것 같다. ‘이거 괜한 고생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잠시 뇌리를 스친다.
하지만 실내 스키돔으로 들어서자 후회는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슬로프를 뒤덮고 있는 눈과 에어컨을 통해 나오는 시원한 바람이 쾌적한 느낌을 주고,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스키어들 눈에서 생동감이 느껴져서다. 리프트 대신 무빙 워크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갔다. 기존 실외 스키장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보니 270m에 달하는 슬로프의 경사가 만만치 않다. 17도라는데 정상 부근의 천장이 낮아서 그런지 더욱 가파르게 느껴진다. 눈을 만져봤다. 슬러쉬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자잘한 얼음에 가깝다. 하긴 인공눈인데 자연설의 느낌을 기대한다는 거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한 여름에 스키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어딘데.
오랜 만에 타는 스노보드라 살짝 긴장을 한 채 라이딩을 시작했다. 분명 평소 타는 것보다 S자를 길게 만들면서 내려오는데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아하! 이게 바로 실내 스키장만의 장점인가 보다. 폭이 좁으니 상대적으로 속도감이 배가 된다.
● 프리 스타일과 눈썰매도 즐겨요
슬로프 내려오는 방향으로 오른쪽에 프리 스타일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인 ‘파크’는 인상적이다. 설원의 곡예를 원하는 사람들이 점프 등 각종 기술을 시도하는데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단다.
하지만 공간이 실외 스키장처럼 여유롭지 않아 타는 사람들이 각별히 안전에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즐기고 싶다면 왼쪽에 위치한 썰매장에서 봅슬레이 튜빙 썰매를 타고 100m의 길이를 단번에 내려오는 스릴을 누려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인공설이 깨끗한 흰색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만족스러웠다. 인공 제설기를 통해 수시로 눈을 뿌리고, 오염 물질이 밑으로 빠져 나가도록 시스템을 갖춰서란다. 반면 스키돔 내 화장실이 협소한 점은 개선할 요소로 보였다. 몇 차례 라이딩 후 슬로프의 조건을 완벽하게 파악하자 긴장감은 사라지고 ‘한여름 보딩’의 행복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옆에서 라이딩을 하던 한 스노보더는 오픈하자마자 아무도 타지 않은 눈에서 라이딩을 하는 게 인공눈에서 최고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귀띔한다.
다음엔 아침 일찍 달려와 인공눈의 진가를 느껴봐야겠다.
부천=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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