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잘 팔리는 연극은 단연 공포물과 추리물이다.
최근 막을 올린 ‘로즈마리’와 ‘쉬어 매드니스’는 각각 독특한 설정으로 관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공포 추리물.
심야 공포극을 표방한 로즈마리는 막을 올리는 시간이 오후 10시다. 컴컴한 조명에 대기시간 내내 흘러나오는 무겁고 장중한 레퀴엠은 연극 시작 전부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검찰청 수사관인 준하가 출장을 다녀온 사이 주검으로 발견된 약혼녀 마리를 두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연극이다. 전체적으로 집중력이 있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다른 연극 작품들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가장 기대했던 ‘공포’는 기대 이하였다.
관객의 심리를 압박하는 긴장감이나 오싹함은 없었다. 암전을 만들고 갑자기 주검이 관객들을 향해 튀어나와 비명을 만들어내는 에버랜드 ‘유령의 집’ 스타일은 다소 진부해 보였다. 관객이 10여 명에 불과한 객석의 분위기가 오히려 더 을씨년스러움을 느끼게 했다.
추리극 쉬어 매드니스는 관객이 사건 해결에 참여한다는 설정이 우선 독특하다. 1막은 미용실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2막은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수사 과정을 다뤘다. 2막에서 수사관은 미용실에 있었던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확인하기 위해 관객들에게 증언을 요청한다.
관객들의 참여는 활발했다. 주요 용의자가 알리바이를 내세우면 관객들은 손을 들고 수사관에게 거짓된 부분을 지적했다. 그때마다 용의자들이 관객들에게 보내는 야유나 불만스러운 제스처도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그러나 관객 참여는 공연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말았다. 문제의 대목은 관객들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라 범인을 결정하는 과정. 공개 거수를 통해 다수결로 범인을 정하고 그에 맞게 연극을 진행한 것이다.
여기서 공개적인 거수로 범인을 결정하는 것은 뜬금없는 진행이었다. 반전이 핵심인 추리물의 맛을 오히려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뻔히 아는 상황에서 추리물의 박진감이 살아날 수 없는 법.
관객의 참여는 범인의 알리바이를 무너뜨리는 정도에서 그치고 이를 바탕으로 수사관의 수사가 진행되었다면 흥미와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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