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으로 파보자. 그렇지. 이번엔 밑으로 조금 더 파보자. 좋아!”
일요일인 22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 하영호(39) 씨와 아들 종수(9) 군이 나란히 앉아 원통형의 인장에 무늬를 새긴다. 조각칼을 쥔 아들의 손을 아빠가 맞잡았다. 조심스럽게 ‘하(河)’ 자의 상형문자와 종수가 키우는 달팽이가 인장에 형태를 갖춰간다.
전재현(8) 양도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무늬 새기기에 여념이 없다. 날개 달린 물고기 형상.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에 전시된 ‘날개 달린 사자 장식 황금 뿔잔’에서 연상했대요!” 어머니 백수련(33) 씨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연계 참여 프로그램 ‘페르시아의 봉인을 풀다!’의 풍경. 페르시아전을 먼저 관람한 뒤 직접 체험해보고 싶어하는 가족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인장과 페르시아가 무슨 상관일까.
페르시아는 기원전 4000년경부터 화물과 서신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포장 끈을 묶은 매듭 위에 점토덩어리를 붙이고 그 위에 다양한 인장을 찍었다.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엔 여러 무늬의 인장이 전시 중이다.
참가자들은 체험에 앞서 전시실에서 본 인장 무늬가 어떤 뜻인지 나름대로 상상해 발표했다.
“페르시아의 신 아후라 마즈다가 자기가 죽었다고 사람들을 속이고 얼마나 슬퍼하는지 실험하는 장면이에요.” 인장의 제사 장면에 대한 박지원(11) 양의 기막힌 상상!
“살람 사디키!”
22일 오전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영상실. 어린이 25명이 모두 옆 친구를 꼭 껴안으며 이렇게 외친다. “안녕, 친구야”라는 뜻의 페르시아어다.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연계 체험 프로그램인 연극놀이 ‘나도 페르시안!-신비한 새 시무르그의 모험’에 참가한 어린이들(6∼7세).
그런데 이상하다. 연극은 않고 둥글게 모여 있다. 조별 선생님들이 검은 망토를 꺼냈다. 망토로 여러 형상을 만들다가 둘둘 말아 머리에 쓴다.
“더운 기후의 나라 여성들이 이렇게 썼어요. 이제 이런 옷을 입고 다니는 나라 이야기를 할 거예요.”
선생님은 히잡을 쓴 이란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들은 자연스레 중동의 히잡 문화를 배운다.
본격적인 연극놀이. 어느새 어린이들은 페르시아가 옛 이란이라는 사실까지 안다. 그림자 연극이 시작되고 무대가 어두워졌다. 선한 신인 ‘빛의 신’이 세상을 창조한다. 달걀 모양 알이 통통 튀어다니더니 점점 커져 지구가 되고 태양이 생기고 별이 태어난다. 수많은 형광 별이 어두컴컴한 영상실을 날아다니자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탄성이 터져나온다.
페르시아 신화의 거대한 신조(神鳥)인 시무르그와 악의 신인 ‘어둠의 신’이 대결이 이어지고. 이야기와 체험이 한데 얽힌 연극놀이를 통해 아후라 마즈다(빛의 신)과 아리만(어둠의 신)이 맞서는 페르시아 신화의 이원론을 이해한다.
연극놀이는 이날 오후에도 이어졌다. 초등학교 1∼3학년 대상의 ‘나도 페르시안!-다리우스의 고민을 해결하자!’. 나라가 너무 넓어 생긴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의 위대한 왕 다리우스 1세의 고민을 어린이들이 해결하는 과정으로 꾸몄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페르시아전 체험 일정 | |||||
프로그램 | 일시 | 대상 | 내용 | 예약 방법 | 참가비 |
페르시아의 봉인을 풀다! | 8월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4시 반 | 어린이 포함 가족 | 페르시아 인장의 기원과 쓰임새 체험을 통해 페르시아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가족 인장’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 | 인터넷 선착순 접수(20가족·가족당 3명까지) | 5000원(참가 가족에게 페르시아전 50% 할인쿠폰 3장 증정) |
연극놀이 ‘신비한 새 시무르그의 모험!’ | 6월 29일, 7월 6, 13일 오전 10시∼11시 20분 | 미취학 어린이(6∼7세) | 페르시아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험한 새 ‘시무르그’와 함께 ‘빛의 신’을 ‘어둠의 신’으로부터 보호하면서 페르시아 문화와 유물에 관심을 갖게 하는 체험 | 인터넷 선착순 접수(40명) | 3000원 |
연극놀이 ‘다리우스의 고민을 해결하자!’ | 6월 29일,7월 6, 13일 오후 1시 40분∼3시 | 초등학교 1∼3학년 | 페르시아 다리우스 1세 대왕의 고민을 함께 풀며 다른 민족의 문화를 존중한 페르시아 문화의 가치를 이해 | 인터넷 선착순 접수(40명) | 3000원(참가 어린이에게 페르시아전 50% 할인쿠폰 1장 증정) |
페르시아 토요 강좌 | 6월 28일∼8월 23일 토요일 오후 2시 | 성인 100명 | 페르시아 전문가들이 페르시아 역사와 문화를 알기 쉽게 풀어내는 연속 강좌 | 인터넷 선착순 접수(접수시간은 오후 1시∼1시 50분) | 강의 교재 5000원(참가자에게 페르시아전 50% 할인쿠폰 1장 증정) |
페르시아 문화 축전-이란 영화 상영 일정 | |||
영화 | 일시 | 장소 | 내용 |
칸다하르 | 7월 5일 오후 3시 | 박물관 대강당 | 동생을 찾아 칸다하르로 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 아프가니스탄의 안타까운 현실이 가슴을 적신다 |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 7월 12일 오후 3시 | 〃 | 시한부 인생을 사는 동생의 수술비를 마련하려는 어린 남매의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 |
거울 | 7월 19일 오후 3시 | 〃 | 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폭탄 선언을 한 고집쟁이 소녀 배우의 돌발 행동을 ‘리얼 타임’으로 좇음 |
거북이도 난다 | 7월 26일 오후 3시 | 〃 | 이라크전쟁 전 이라크 국경지역 쿠르디스탄을 배경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그린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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