竹(죽)은 대의 가지와 아래로 늘어진 잎을 본떴다. 관악기를 뜻하기도 한다. 得(득)은 獲得(획득)처럼 얻다의 뜻과 體得(체득)처럼 깨닫다의 뜻이 있다. 여기서는 파악하여 기억한다는 의미이다.
成竹(성죽)은 그리려는 대상으로서 완성된 대나무이다. 於(어)는 장소를 표시한다. 胸(흉)은 가슴 또는 속마음으로 胸中(흉중)은 마음속이다. 胸臆(흉억)은 육체적인 가슴인 胸部(흉부)도 되고, 가슴에 품은 생각을 뜻하는 胸懷(흉회)의 뜻도 된다.
그림을 그릴 때는 먼저 그리려는 것의 완성된 형태를 머릿속에 파악하여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전체적인 구도나 계획이 서지 않은 상태에선 각 부분이 제 역할을 할 수 없으며, 결국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다. 여기에서 비롯된 成竹在胸(성죽재흉)은 사전에 마음속에 충분한 계획을 지님을 비유한다. 胸有成竹(흉유성죽)이라고도 한다.
치밀한 사전 구상 없이 부분에 의지하는 그림은 결국 훌륭하게 완성될 수 없다. 그림만 그런 것이 아니고 서예 역시 마찬가지다. 또 시 한 수를 짓고 문장 한 편을 쓰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른 일은 그렇지 않을까? 그림과 글씨에도 조예가 깊었던 宋(송) 蘇軾(소식)의 ‘文與可畵운!谷偃竹記(문여가화운당곡언죽기)’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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