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시내버스 100배 즐기기<19>860번

  • 입력 2008년 6월 27일 07시 00분


가방 받아주던 통학의 추억 되살고

토종 닭-돼지요리 여름 입맛 되찾고

대전 시내버스 860번은 30대 후반 이후 세대에게는 추억이 어린 ‘통학버스’다. 이 코스 주변에 중고교가 밀집해 있어 아침저녁으로 통학생들이 넘쳐났다. 이 노선은 ‘만남과 이별, 여행’의 기점이기도 하다. 대전의 관문인 대전역과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터미널이 모두 이 코스에 있다.

▽추억의 통학버스 노선=860번 버스는 비래동∼신로얄예식장∼동부 네거리∼고속버스터미널∼용전 네거리∼성남 네거리∼삼성초등학교∼대전역∼삼성생명∼중구청역∼서대전네거리역∼충청하나은행∼오룡역(동아일보사)∼용문역∼서대전전화국 입구∼괴정 네거리∼KT연수원∼서부소방서∼백년예식장∼갈마초등학교∼서대전고등학교∼누리아파트∼월평주공아파트를 운행한다.

편도 약 15km로 72분이 걸리며 배차 간격은 8분(평일 기준)이다.

이 코스 주변에는 대성고와 충남여중고, 호수돈여중고, 서대전고(지금은 월평동으로 이전), 중앙고(옛 충남상고) 등이 밀집해 있어 버스만 타면 마치 ‘교복 전시장’ 같았다. 지금은 각 중고교를 지나는 버스가 따로 생겨 이 같은 모습을 보기 어렵다.

“당시 종점이던 괴정동에 살았기 때문에 앉아서 통학할 수 있었어요.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버스에 오르면 가방을 모두 받아 줬죠. 하지만 당시에는 수줍음이 많았나 봐요. 내릴 때가 돼도 여학생한테 가방을 가져가라고 선뜻 말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학교를 지나치기 일쑤였죠.”

대성고 출신인 배병선(44) 충남대 홍보팀장의 회고다.

▽대전의 관문, 버스터미널=1979년 문을 연 동구 용전동 대전고속버스터미널과 동부시외버스터미널은 대전역과 함께 대전의 관문이다. 인근에는 경부고속도로 대전 나들목이 위치해 있다. 터미널이 서기 전에는 허허벌판이었다.

고속터미널은 16개 노선에 하루 415회, 동부터미널은 80개 노선에 870회 버스를 운행한다. 두 터미널을 이용하는 여행객은 하루 3만4000명이 넘는다.

터미널을 중심으로 유동 인구가 많고 여관과 나이트클럽, 술집 등 각종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이 사통팔달한 대전은 다른 도시에 비해 여행성 범죄가 많고 터미널 주변은 특히 그런 범죄자가 스며들기 좋은 곳이어서 각별히 치안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토종의 힘’, 해천탕과 양념족발=오류동 충청하나은행과 삼성아파트 사이 골목에 있는 ‘전복 칼국수’(526-5073)는 해천탕(海天湯)이 유명하다. 바다에서 나오는 전복과 원래 하늘을 날았다는 닭이 주재료로 들어가 붙여진 이름이다. 설렁탕 집을 오래 해오던 장우각(53) 씨가 3년 전 이 음식을 개발했다.

닭발을 넣고 1시간 반가량 곤 육수에 토종닭과 전복, 낙지를 넣고 다시 1시간가량 충분히 끓인다. 엄나무와 인삼, 밤, 오가피, 대추 등 10여 가지 한약재가 들어가 닭 냄새가 나지 않는다. 1마리(3만5000원)를 시키면 3, 4명이 먹을 수 있는데 전복과 달걀이 사람 수대로 나온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찰밥은 그냥 먹어도 좋고 국물에 끓여 죽으로 먹을 수도 있다. 장 씨는 “손님들이 해천탕을 먹으면 기운이 난다며 찾아온다”고 말했다. 점심에는 전복 칼국수 손님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성남 네거리에서 가양 네거리 쪽으로 가다 보면 토종족발양념구이(8000원, 1만 원, 1만2000원)로 잘 알려진 ‘적덕식당’(633-4293)이 나온다. 주인 전재은(43) 씨가 시어머니에 이어 40여 년째 한자리에서 한결같은 맛으로 손님을 맞고 있다. 토종족발양념구이는 방금 잡은 순수 토종돼지를 사용한다. 우선 족을 깨끗하게 손질해 삶은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석쇠에서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그 뒤 고추장과 생강, 마늘 등으로 만든 양념장에 버무려 다시 익힌다. ‘야들야들’하고 ‘쫀득쫀득’한 것이 감칠맛이 난다. 전 씨는 “석쇠에 굽기 때문에 기름기가 빠져 족발 맛이 담백해진다”고 말했다. 두부와 오징어를 주재료로 한 매콤한 두루치기도 별미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이 시리즈는 매주 금요일에 게재됩니다. 다음엔 만년동을 지나는 513번 노선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이나 소개할 만한 멋집 맛집 등이 있으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 사이트(www.donga.com/news/daejeon)에 올려주십시오. 확인 후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공동기획 : 대전시·대전버스운송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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